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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바가지 등 고질적 문제→믿음 회복 통한 민심 수습

[공공story] 신뢰를 팝니다

2023. 06. 1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요즘 저는 전통시장에서 장보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온누리상품권 할인을 받아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특히 시장에 가면 대형마트와는 또 다르게 활기가 넘치는 점도 좋아요. 시장 상인 분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데 얼마 전 즐겨보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통시장이 나왔는데, 한 상인이 옛날과자를 지나치게 비싸게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답니다. 1.5kg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더라고요. 클릭 몇 번에 제품 가격 비교가 다 되는 요즘 시대에 저런 매장이 아직 존재하다니. 제 예상대로 이후에 관련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군요. 그 사건으로 제가 자주 가는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피해를 입게 될까봐 괜시리 걱정이 됐답니다. (여·31·서울 마포구)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소래포구 자정대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소래포구 자정대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전통시장과 관련된 잡음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소비자들의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경북 영양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옛날과자 한 봉지 7만원’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또한 해당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수도권 내 최대 규모 전통 어시장인 소래포구에서 ‘꽃게 바꿔치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전통시장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래포구 자정대회에 시선 ‘싸늘’

19일 인천시 남동구에 따르면,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는 ‘소래포구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고객신뢰 자정대회’ 캠페인이 지난 14일 열렸다. 

소래포구전통어시장상인회, 인천수협소래어촌계, 소래영남시장상인회 등 주요 단체에 가입된 상인 100여명이 자정대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고객신뢰 회복’ ‘안전관리 철벽’ ‘위생청결 준수’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장을 돌며 변화의 필요성을 외쳤다. 일부 상인들은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엎드려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소래포구는 매년 인파가 쏠리는 인기 방문지이지만, 일부 상인들의 이른바 ‘바가지 요금’ 등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 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며 상인들을 향한 질책이 거세졌다.

게시글 작성자는 소래포구에서 활꽃게를 구입해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에서 열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아이스박스 안에 떨어진 다리도 없었다”며 “분명 다리도 다 달리고 파닥파닥했는데, 꽃게는 얼음 채우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다 뻗어버리고 다리도 사라지나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자정대회에서 신영철 소래어촌계장은 “지난 ‘꽃게다리 사건’을 계기로 자정대회를 열게 됐다”며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자정대회 관련 기사에는 “쇼하고 있다” “하루이틀인가, 안 속는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소래포구 상인들의 ‘큰절’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랭한 이유는 과거에도 상인들이 개선을 약속했지만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2017년에도 ‘이제는 정말 하지 맙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자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2020년 11월 초에는 인천 남동구가 바가지 요금, 불법 호객행위 등을 근절하기 위한 상인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래포구의 거듭된 반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피해가 매년 반복되자 올해 자정대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차갑기만 하다. 

특히 이달 초 ‘과자 한 봉지 7만원’ 사건까지 발생하며 전통시장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한 장면.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 공분 산 ‘시장 과자 7만원’ 사태

4일 방영된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는 멤버들이 경북 영양군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전통 과자를 구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출연진들은 옛날과자점에서 생강맛, 땅콩과자, 젤리 등을 세 봉지에 나눠 남고 무게를 쟀다. 당시 과자 100g 당 단가는 4500원이었고, 출연진이 구입하려는 과자 한 봉지의 무게는 약 1.5kg였다. 

과자 한 봉지 가격이 6만8569원을 기록했지만, 상인 측은 이를 반올림 해 봉지 당 7만원씩을 요구했다. 출연진들은 과자 세 봉지에 총 21만원이란 가격에 난색을 표했고, 흥정 끝에 결국 14만원에 과자를 구입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선 “바가지 요금”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영양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연이어 게재됐다. 

누리꾼들은 “옛날 과자에 무슨 금칠을 한것도 아니고, 가격이 너무한거 아닌가. 방송 본 사람 중에 누구하나 가고 싶겠느냐”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방송에서 카메라로 다 찍고 있는데도 연예인들 상대로 말도 안되게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이 다 있다”고 질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양군청은 5일 해명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해당 과자 상인은 외부 상인이며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영양군청의 이 같은 해명은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누리꾼들은 재차 “장사한 곳의 관리 책임은 영양군청이다. 꼬리자르기하듯 변명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고, 결국 해당 과자 상인이 직접 반성문을 올렸다. 

영양군청도 6일 게시판에 ‘영양군 대국민 사과문’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해당 사건을 외부 상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한 점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이동 상인뿐 아니라 전통시장과 식당 등 업소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실시해 방문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영양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소래포구 자정대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래포구 전통 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소래포구 자정대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소비자, 물건 아닌 ‘신뢰’ 구입

이 같은 일련의 잡음으로 인해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통시장 부흥을 위해 예산을 쏟아도 소비자의 불신이 이어진다면 결국 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전통시장 내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직하게 장사하는 상인들이 다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점포 한 곳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시장 내 다른 상인들까지 비판을 받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 개개인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소상공인들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 역시 일부 매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 전체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 것은 매한가지다. 소비자들은 신뢰하지 않는 기업에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본사 차원의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는 덕에 바가지 요금·물건 바꿔치기 논란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세 상인들은 이 같은 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의 점검과 보증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전통시장은 정형화된 대형 마트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개성은 살리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믿음을 되찾는 방안이 시급하다. 소비자는 물건이 아닌 신뢰를 구입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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