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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시행 1년반 실효성 의문→안전문화 정착 제도개선

[공공story]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023. 06. 26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저희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세요. 그래서 아버지가 퇴근하실 때까지 가족들은 항상 불안함이 가득해요. 건설사에서 안전을 강조하고 현장 근로자들을 챙기고 있다고 하지만,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아버지는 그런 가족들에게 항상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세요. 예전보다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나면서 건설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저희를 안심시키죠.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들리는 현장 근로자들의 부상이나 사망사고 소식에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여·28·서울 동작구)

산재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지난 2020년 12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2400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산재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지난 2020년 12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2400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산업현장에서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ESG 경영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안전이지만,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의 누적된 병폐 및 관행들과 완전히 작별하기 못하면서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왕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고, 이런 꼬리표를 끊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약 1년 반 전 시행됐다. 그리고 최근 법원이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책임을 물어 건설사 원청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철퇴를 내리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제정 취지에 따라 법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사망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깔리고 떨어지고..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시20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청년이 엘리베이터 수리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숨진 A(27)씨는 오티스엘리베이터 강북지역본부 소속 근로자로, 엘리베이터 고장 신고를 받고 수리하던 중 2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부는 사고 내용 확인 후 현장에 대해 작업중지 조치했다. 또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작업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고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건설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하루가 멀다고 크고작은 사고들이 터져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이달 11일 오후3시40분께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에 위치한 한국건설 공사 현장에서 58세 노동자 B씨가 리프트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당시 B씨는 인양 장치 자동화 설비 작업 중이었으며, 2m 위에 있던 건설용 리프트가 추락하면서 변을 당했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 금액 220억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전국의 건설현장에서는 깔림사고, 추락사고 등이 이어지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안일함, 만성적인 불법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이 저마다 스마트 안전관리를 내세우고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공공뉴스DB>

# 시행 1년 반..줄어들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법이다.

즉, 기업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법원의 양형이 엄벌 기조로 흐르고 있는 상황. 기존 산안법은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대개 과실치사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중대해재법 시행 이후 산재 책임을 더욱 무겁게 묻고 있는 추세다. 

현재까지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돼 판결이 나온 건은 3건으로, 노동자 사망사고를 낸 이들 건설사 대표이사들에게 법원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또 법정 구속된 대표도 있었다.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심각하다. 

고용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전체 산재 사망사례 4432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최근 공개, 이에 따르면 6년간 산재 사망사례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 대상은 고위험(SIF) 정보다. 고위험요인은 사망을 일으키거나 정상적인 생활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상황·재해 유발요인을 뜻한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25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 1134건, 기타 사업 497건, 운수·창고·통신업 101건, 임업 60건, 농업 30건, 광업 26건,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 10건 등 순이었다. 

또한 고용부가 3월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전년(828명)보다 46명 증가했다.

연도별 사망자 수는 2018년 971명, 2019년 855명, 2020년 882명, 2021년 828명, 2022년 874명이다. 

업종별로 건설업이 402명(46.0%)으로 최다였다. 다음으로 제조업 184명(21.1%), 서비스업 150명(17.2%), 운수·창고·통신업 104명(11.9%) 등이 뒤를 이었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3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딪힘(92명), 끼임(90명), 사업장 외 교통사고(77명), 물체에 맞음(57명) 등 순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이 41.8%(365명)를 차지했다. 5인 미만은 342명(39.1%), 50~299인 사업장 13.7%(120명), 300인 이상 5.4%(47명) 등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 1월26일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이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의지 비판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안전문화 정착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중대산업재해로 매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1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실효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시행 1년 반을 앞두고 재해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부각되기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엄벌 만능주의’가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과 이전과 같은 솜방망이가 아닌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율 예방 의식 함양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만 강화해 전체 구성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한계점이 있다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이견이 상당한 가운데 현재 정부는 현재 법 제도 손실에 나선 상태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으로 이달까지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제도 개선을 두고 진통이 이어지는 만큼 완전한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어떤 사고든 미연에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노동자 개인이든, 회사의 안일함이든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후진국형 ‘인재(人災)’는 이제는 정말 지양해야 할 때다.

제도가 앞서는 안전은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오늘도 여전히 안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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