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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해묵은 난제 종식 초읽기→선진국 걸맞은 품격 필요

[공공story] 멈춰야 할 때

2023. 07. 10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얼마 전 남자친구와 대화 도중 개 식용 문제가 화두가 된 적 있어요. 저는 8살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으로, 아무래도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건 사실이죠. 그런데 남자친구는 동물단체들이 조금 너무하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어차피 시대적 흐름상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고, 차츰  없어질 게 뻔한 문화인데 유난스럽다는 반응이었어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 남자친구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식용견으로 분류돼 끔찍한 고통을 받는 개들은 죄가 없잖아요. 하루 빨리 법으로 개 식용을 금지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29·서울 관악구)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3 개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년 중 무더위가 가장 심한 삼복(三伏) 더위를 앞두고 개 식용 논쟁이 재점화됐다. 더위로 지치고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복날 보양식을 챙겨먹었던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개고기를 두고 ‘동물학대’와 ‘음식문화’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갑론을박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 

우리 사회가 ‘동물권’ 보호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미 보신탕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무리 전통 식문화라고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할 야만적 문화라는 지적이 동물단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도 개 식용 금지 입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는 변했으며, 개농장과 개도살장은 이미 사양산업이 된 상태. 그러나 대한육견협회 등 업계는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랜 난제로 자리잡고 있는 개 식용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 목소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 개 식용 논란 올해도 ‘갑론을박’

초복(7월11일)을 사흘 앞둔 지난 8일, 서울 도심에서는 개 식용 문제 관련 찬반 목소리가 뒤엉켰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단체가 모인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정부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개 식용 산업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엄중 단속·처벌하라”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회에도 현재 발의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과 개 식용 금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주최 측 추산 400여명이 참가했다. 시민과 정치인 등 여러 사람이 참여,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동물권 보장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도로 건너편에서는 동물단체를 향해 폭력 집단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대한육견협회 측이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앞에서 맞불 집회를 벌이고 국민행동을 규탄한 것.

이들은 “소비자가 없는데 개고기를 생산해 판매·유통하는 사람들이 왜 있겠나”라며 “동물단체가 국민 식습관에 간섭하고 육견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반려견과 식용개는 전혀 다르다”라며 “반려견은 축산법 시행령의 가축에서 제외시키고, 식용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하라”라고 외쳤다. 

육견협회 회원들은 이날 현장에서 미리 준비한 개고기를 꺼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제지하려던 경찰과 마찰을 빚었고, 한동안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2019년 7월12일 초복 당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2019년 7월12일 초복 당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정부 논의 수년째..결론은 지지부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정부 논의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문제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2021년 12월에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이하 위원회)’도 출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에는 동물보호단체와 육견업계를 비롯해 전문가, 정부 인사 등 총 21명이 참가하고 있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당초 위원회 활동 기한은 2022년 4월까지였다. 그러나 같은 해 6월까지 한 차례 연기된 이후 기한 없이 연장된 상태다.  

지난 2년간 전체 회의와 소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으나 공전하고 있다.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동물단체와 육견업계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커지는 분위기.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상태다. 

앞서 5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빠른 속도로 개선돼 개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분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걸 가지고 논란을 만들면서까지 (개 식용 금지를)강제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위원회가 진척되는 걸 보면 답보 상태다. 장관인 저도 실효성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위원회 협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기존 법규 집행을 자제하고 있는 게 많지만,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 안 되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그동안 개 식용 종식 의지를 드러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개 식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김 여사는 올해 4월 동물보호단체와 가진 비공개 회담에서 정부 임기 내 개 식용 금지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는 이달 7일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나 동물권 증진과 개 식용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한국의 개 식용 문화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달 박사는 개 식용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와 동물을 학대하는 식용 문화의 종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여사는 “이를 위해 노력해왔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개 식용 문화 종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5월27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국민과 함께 시작한 여정’ 사진집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반려견들과 휴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지난 5월27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국민과 함께 시작한 여정’ 사진집을 공개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반려견들과 휴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 논쟁 마침표 찍고 국제적 입지 공고화

김 여사의 ‘임기 내 개 식용 종식’ 발언과 함께 여야가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개 식용 종식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이제는 정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 

닐슨 코리아가 한국 HSI의 의뢰로 실시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5%는 개 식용 경험이 없거나, 향후 먹을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응답자의 56%는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찬성 의사를 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마다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인 개 식용 문제를 두고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개 식용 문화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찬반 여론이 현재까지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복날 보신탕은 이미 옛말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어 결국 해결책은 법을 통한 논란 종식뿐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물론 내로남불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소와 돼지 등은 먹는데, 왜 유독 개만 특별한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과거 케케묵은 관행과 문화는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국가의 품격에 맞춰 문화 발전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의 동물권 보장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개 식용 논란 종식이 진정한 동물복지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개’라는 동물을 먹는 것이 아닌 동물학대, 불법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이 문제의 종식이 나아가 모든 생명을 지키고 국가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국격 만큼 향상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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