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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학교 내에서 담임교사 숨진채 발견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학부모 악성민원’ 의혹  사회 바뀌어도 근본 해치지 말아야 한단 지적

[공공돋보기] 한 초등교사의 죽음과 ‘두사부일체’

2023. 07. 2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네” 과연 스승의 은혜는 지금도 하늘같을까?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당 교사가 특정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퍼지자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측에서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교육계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으로 지난 24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으로 지난 24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교사 극단적 선택에 확산된 의혹

25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 초등학교의 1학년 담임교사 B씨(23)가 학교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학교 관계자가 현장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온라인 상에서는 B씨가 당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19일 “동 교사는 1학년 담임 및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 교사의 사망 원인에 대해 학교폭력 사건이 주요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수사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B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중에 있다”며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청은 학교구성원의 심리정서 안정지원과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조치를 모색중에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8일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추모 메시지. <사진=김소영 기자/공공뉴스DB>
지난 18일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추모 메시지. <사진=김소영 기자/공공뉴스DB>

◆ 사건 발생 일주일,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

파장이 커지자 해당 초등학교 측에서는 B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A 초등학교 교장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돌아가신 선생님은 2022년 3월에 임용된 신규교사였지만 꿋꿋하게 맡은 바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에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사실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며 “2023년 3월1일 이후 고인의 담당 학급의 담임교사 교체 사실이 없다”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 권한 관리 업무였다”며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폭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교 측은 무리한 억측과 댓글 등으로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학교의 모든 교직원은 고인의 사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학교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지금까지 교육계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비단 해당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발생했던 서울 양천구 교사 폭행 사건 등과 맞물려 교사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주말이었던 22일과 23일 해당 초등학교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교육현장 일선에서는 교권 침해 사례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24일) 경기교사노동조합은 교권침해와 악성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권침해 미투(MeToo)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1228명의 교사가 1665건의 교권침해 및 악성민원 사례를 신고했다. 

▲교사 혼자 외로이 내몰리는 학교 현실(시스템 부재) 사례 ▲본인 자녀는 특별하게 지도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 사례 ▲주변인을 이용한 협박 민원 사례 ▲학부모 민원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진 사례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에 경기교사노조는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체계 마련, 아동학대 무고 대응 및 지원 시스템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역시 같은 날 간담회를 열고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법안 등 다수의 현장 교사들이 원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24일 한 시민이 추모 메세지를 적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24일 한 시민이 추모 메세지를 적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회가 바뀌어도 해쳐선 안될 근본

교육계의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교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정가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의 존엄과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교육부는 해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합동조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합동조사단은 해당 학교를 방문해 교장, 교감, 동료교원과의 면담을 통해 사안을 심도 있게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해당 교사의 업무분장 ▲해당 학급의 담임교체 현황 ▲학교폭력 관련 사안처리 현황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현황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근무상황 ▲문서 수·발신 현황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철저히 밝혀낼 계획이다.

문득 영화 ‘두사부일체’가 떠오른다. 2001년 1편이 개봉한 이후 인기에 힘입어 3편까지 나온 한국 영화 시리즈로, 교육 현장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군주와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의 ‘군(君)’을 두목(頭目)의 ‘두(頭)’로 바꿔서 패러디한 것이다.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다’라는 메시지가 영화 내에서 반복된다. 

20년 전에 개봉된 이 영화는 교권이 붕괴된 교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교사를 성희롱한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자 그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늘날의 교육 현장에서도 이 같은 물리적 폭력 못지 않은 각종 민원과 협박이 교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교,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에게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아무리 사회가 바뀌고 생각과 가치, 인식이 바뀌어도 그 근본은 반드시 해치지 말아야한다는 지적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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