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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사회:범죄로 불만 표출→남탓 말고 긍정의 힘 전환

[공공story] 미움받을 용기

2023. 07. 31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며칠 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평소 업무시간에는 연락을 잘 하지 않는 편이신데 무슨 일인가 싶었죠. 전화를 받아보니 제가 사는 살고 있는 신림역 인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며 조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 남성이 길을 가던 무고한 시민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고 있었어요. 사건이 발생한 곳은 제가 거주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바로 큰 길가가 보이는 골목이었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장소에서 여성들을 살해하겠다는 ‘살해 예고글’들도 잇달아 올라오는 등 지금의 신림은 ‘범죄도시’라는 오명이 쌓이고 있어요. 지방에서 올라와 제가 신림동에 거주한지 벌써 13년이나 됐는데 대낮, 번화가 한복판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처음이에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은 또래 남성보다 작은 키에 열등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하더라고요. 왜 개인의 열등감 때문에 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이 다치고 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점점 인간미가 없어지고 세상이 너무 흉흉해지는 것 같아요. 분노로 가득찬 사회에서 불안함만 커지면서 저도 모르게 길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을 주시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여·38·서울 관악구 신림동)

<사진=픽사베이>

최근 대한민국에는 흉악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잇따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박탈감 등이 그 배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재력, 학벌, 직업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과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등으로 청년들은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비정상적으로 분노가 폭발하면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사회적 개선점도 필요하지만, 범정부적 노력과 무엇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또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또 묻지마 범죄..1명 사망 등 4명 사상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오전 7시4분께 취재진 앞에 얼굴을 드러낸 조씨는 ‘왜 그랬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계획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또 ‘언제부터 계획했나’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조씨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일면식이 없는 남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20대 남성 1명이 사망했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범행 이후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할머니로부터 꾸짖음을 들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등의 진술을 했다. 

그러나 명확한 동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고, 경찰은 조씨의 진술 및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계획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씨는 범행 10분 전 마트에서 흉기를 훔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범행을 저질렀다. 또 범행 전날에는 자신의 아이폰을 초기화하고 자택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망치로 부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초에는 인터넷에서 ‘홍콩 묻지마 살인 사건’,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26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살인 욕구가 있었다” “오랫동안 나보다 신체적, 경제적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등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잔인한 분노로 표출된 열등감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씨에 대해 “흉기 난동을 부린 다음 계단에 앉아서 체포될 때까지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며 “일종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수사 단계에서 여러가지 외관상 열등감이 있었다는 등 진술이 확인됐다는 얘기 등을 언급하며 “계속 진술이 번복되면서 결국 ‘키 작아서 살인을 했다’는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합리적인 동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범행 동기, 어떻게 보면 가장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 사람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지점은 센세이셔널한 범죄 끝 일종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그게 아마 이 사람의 어떤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부산 또래 살인 사건’이 데칼코마니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림동 사건의 피의자 조씨와 부산 사건 피의자 정유정(23)의 범행 동기 등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  

부산 또래 살인 사건은 한 20대 여성이 5월26일 5시50분께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 A씨의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 피의자 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이 없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영어 과목을 어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생 딸의 영어 강사를 구한다고 속여 과외 앱을 통해 A씨에게 접근한 정씨는 자신이 갖지 못한 강점을 가진 2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무참히 살해했다.

결국 두 사건 모두 신체적이든 능력이든 결핍이 열등감으로 작용했고, 또래에 대한 분노로 표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핍에 대한 분풀이 대상을 또래로 삼았다는 점, 그리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들의 범행 후 행동들도 많이 닮아있었다.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성의 기미보다는 범행 후 계단에 앉아서 평온하게 쉬는 모습, 캐리어에 훼손한 시신을 담고 경쾌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등은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언제까지 남 탓?..피해의식과 멀어지기

이처럼 젊은 세대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문제는 공동체보다는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현실의 분위기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부족해 비슷한 사건이 재발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현재의 사회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개인주의, 이기주의, 그리고 커진 양극화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 표출된 분노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셈.

잔혹성과 폭력성은 날로 심해지고, 언제 어디에서든 또다시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표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는 상태다.

젊은 세대들의 현실 불만은 SNS 발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도 있다. 명품백, 비싼 외제차 등 SNS를 통해 본인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본 뒤 열등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열등감 콤플렉스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가 아닌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

‘수저계급론’처럼 부유함의 출발선은 누구나 다르고, 외모와 성격 역시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남들 때문에 내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남 탓을 하기 전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 정말로 노력을 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열등감을 ‘인생의 걸림돌’로 여기느냐, ‘성공의 발판’으로 삼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전환, 열등감을 성취감과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열정으로 바꾸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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