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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논란:운영 미숙 잡음 속출→국가 망신?..책임감 절실

[공공story] 손님을 ‘잘’ 대접하는 법

2023. 08. 07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지난달부터 길거리에서 외국인 아이들이 자주 보였어요. 제가 학교다닐 때 입었던 걸스카우트 복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삼삼오오 걸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요. 알고보니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학생들이더라고요. 이 친구들이 한국에서 즐거운 기억만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른이 돼서도 ‘한국은 참 좋은 나라였다’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 새만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기사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1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온열질환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무더위 속 나무그늘 없는 평지에서 야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캠핑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실거에요. 정부가 뒤늦게 그늘막 추가 설치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서서 다행이긴 합니다. 부디 잼버리 행사가 종료되는 날까지 큰 사고가 없길 바랍니다. 먼 이국 땅에서 한국까지 온 손님들인데, 좋은 기억만 가지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여·42·서울시 종로구 행촌동)

연일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숙영지에 그늘을 찾아볼 수 없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진행 중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이하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정부 역시 잼버리 대회를 통해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행사가 개막한 이후 주최측의 미숙한 준비와 행사 운영으로 인해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정부가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행사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총력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기대 속 개막했지만..첫 단추부터 ‘삐끗’ 

7일 정부에 따르면, 세계스카우트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4년 마다 개최하는 국제 청소년 야영 축제다. 야영 활동을 통해 각국 청소년들과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 ‘청소년들의 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특히 올해 개최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 부지에 조성된 8.84㎢ 규모의 새 야영장에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이달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새만금 잼버리에는 158개국에서 온 4만3200여명 가량의 청소년 및 지도자들이 참가를 신청했다. 국외 참가자만 해도 3만9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사전 집계됐다.

우리 정부는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 생존캠프 등의 영외 프로그램과 함께 아이브·엔믹스 등 아이돌 팀이 출연하는 케이팝(K-POP) 콘서트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 시작 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라며 “케이팝과 케이푸드(K-FOOD)로 대표되는 케이컬처(K-CULTURE)의 위상을 드높이는 한편, 대한민국의 첨단과학기술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기대를 전했다.

이와 같이 큰 기대 속에서 새만금 잼버리가 개막했지만, 그러나 행사 초반부터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가장 먼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문제가 불거졌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달 3일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2일)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08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두통, 복통, 근골격계 손상 등의 유형을 포함하면 개영식 관련 환자는 모두 139명”이라며 “(개영식에) 케이팝 행사가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행사 관계자가 개영식에서 다수의 온열환자가 발생한 이유로 ‘케이팝’을 지목하자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창행 사무총장은 여성가족부 정통관료 출신”이라며 “잼버리 행사 강행으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전 세계 망신으로 비춰지는 지금, 또 남탓인가. 피해자들이 잘못했다는 뜻인가”라고 질책했다.

이어 “피해자를 양산한 여가부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참가자를 탓하느냐”며 “잘못된 발언에 대해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퇴영길에 오른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정류장에서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퇴영길에 오른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정류장에서 버스에 짐을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 폭염·천막 샤워·곰팡이 달걀 ‘구설수’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한 중학생의 학부모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행사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학부모는 ‘잼버리에 참가 중인 자녀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가장 힘든 것은 더위, 두 번째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라며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에 정보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샤워시설이 부족하고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다. 천으로 그걸 가렸기 때문에 옆에서 다 보인다는 것”이라며 “화장실도 어떻게 돼 있냐면, 어떤 데는 남녀로 돼 있는데 어떤 데는 남녀 공통으로 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납품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민원까지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4일 민원 제기에 따라  해당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점검과 수거·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문제의 구운 달걀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매월 실시해야 하는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곰팡이가 발생한 제품은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섭취하기 전 전량 회수·폐기됐으며 이로 인한 식중독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잼버리 대회장에서 수십여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 역시 도마위에 올랐다. 같은 날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 이후부터 3일까지 잼버리 야영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2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현지 의료대응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간호봉사단 단원 20명을 잼버리에 파견한 대한간호협회 측은 이날 자료를 통해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각 클리닉마다 환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로 모기와 습지벌레에 물리거나, 일사병으로 인한 탈수 증상을 겪는 온열환자들이지만, 수액조차 놓지 못하고 약품만 제공하거나 잼버리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몰려드는 환자에 침상이 부족해지면서 후송된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서 수액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존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존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그늘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 총력 대응에도 ‘국제 망신’됐단 질책

잼버리 대회 운영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중앙정부는 원활한 행사 마무리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만금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재가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참가자들이 시원히 쉴 수 있는 대형 냉방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도 지시했다. 

한 총리와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한 총리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진행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늘막·캐노피 추가 설치 ▲군의관·간호사·응급구조사 추가 배치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의 쾌적한 관리 등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에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캠프장 철수를 결정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마저 잼버리 중단을 권고하는 일이 이어졌다.

이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그러나 5일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진행한 결과 대회를 중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회는 예정대로 오는 12일 폐막한다.

이 처럼 중앙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국제 망신’이 됐다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3일(현지 시각)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대한 보도를 통해 “잼버리를 광활하고, 나무가 없어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학부모인 크리스틴 세이어스의 발언을 보도했다. 크리스틴은 로이터 측에 “텐트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들이 캠프 바닥에서 자야 했다”며 “주최측이 어떻게 그렇게 준비가 안 돼 있을 수 있는가. 아들의 꿈이 악몽처럼 보여서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정부는 이번 잼버리 대회를 통해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늘 없는 야영지로 인한 온열질환자 속출과, 이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주최측의 미숙한 운영 등으로 인해 국가 이미지 제고는 기대하기 힘들어진 실정.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행을 택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실망감만 느낀 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첫인상’을 가지게 된다면 이를 개선하기란 쉽지 않을 터.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끝나는 12일까지 안전하고 쾌적한 행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100번의 홍보보다, 이미 찾아온 손님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모습만이 국가 이미지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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