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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논쟁:‘구국vs친일’ 엇갈린 시선→사회적 합의 필요

[공공story] 영웅의 또 다른 이름

2023. 08. 14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개인적으로 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극진히 예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 덕분에 현재의 우리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된 거잖아요.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인간다운 도리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어떤 인물을 존중해야 하느냐’일 겁니다. 보훈의 대상을 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인생 궤적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사실 평가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 격동의 근현대사를 헤쳐온 이들의 삶을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국가보훈부가 최근 다시 꺼내든 ‘고(故) 백선엽 장군 논란’을 보며 이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백 장군이 별세한 뒤로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공과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못한 듯 하네요. (남·33·서울 은평구)

지난달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동상 제막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이 동상 제막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백 장군은 ‘전쟁 영웅‘이라는 평가와 함께 ‘친일파’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인물. 최근 국가보훈부(이하 보훈부)가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갈등이 재부상했다.

보훈부의 행보를 놓고 옹호와 비판의 목소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시선이 모인다.

# 영웅 vs 친일..백선엽 장군 둘러싼 논란

제7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평가가 첨예하게 갈리는 ‘백선엽 장군’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1920년 11월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백 장군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 만주국 육군에 입대했다. 만주국은 일본이 중국 동북지방에 세운 괴뢰국(傀儡國·타국에 종속된 국가)이었다. 

백 장군은 1943년 만주국 간도특설대에 배치돼 항일 세력들을 토벌했다. 광복 이후 국군이 된 백 장군은 6·25전쟁에서 가장 참혹했던 전투로 불리는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6·25전쟁 영웅’으로 불리게 됐다. 

전쟁이 끝난 뒤 백 장군은 제4대 합동참모의장과 제7·10대 육군참모총장, 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한평생 한미동맹과 강한 군 건설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 장군의 만주군 간도특설대 경력을 지적하며 ‘친일·반민족 인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백 장군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백 장군은 2020년 7월10일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백 장군이 영면에 든 직후 한국 사회는 둘로 갈려 그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그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광복회 대전충남지부,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의 단체들은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수많은 독립군을 사살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현충원에 안장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모셔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육군 예비역 단체인 대한민국육군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 공산집단의 불법남침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던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 백선엽 장군이 서울현충원 전우들 곁에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백 장군은 유족과의 협의에 따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같은 해 7월15일 안장식이 거행되는 동안 현충원 입구에는 백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을 찬성·반대하는 단체들이 모두 모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백 장군의 무덤을 현충원에서 파내야 한다는 ‘파묘(破墓)’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20년 7월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이 장군 3묘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7월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이 장군 3묘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 정부서 재점화된 ‘백선엽 논쟁’

백 장군과 관련된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보훈부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소환됐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장관은 “백선엽 장군은 최대의 국난을 극복한 최고의 영웅이다. 친일파 프레임으로 공격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을 직을 걸고 이야기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백 장군이 독립군 토벌 활동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942년부터 43년까지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 할때 나이가 22살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당시에 역사적인 증거를 보면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홍군 내지는 비적들”이라며 “토벌했다는 데 그 대상이 독립군이 아니라는 거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박 장관은 2009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백 장군을 ‘친일파’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박 장관은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그냥 ‘백선엽 친일파’라고 규정을 해 놓으니까 마치 그것이 역사적 팩트인 양 (인식되는데), 조금만 학습을 해보면 상당히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기재한) 그것은 법적 근거 없이, 그냥 당시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그런 조치를 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엿다.  

결국 보훈부는 같은 달 24일 국립대전현충원 누리집의 ‘안장자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에 게재된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했다. 

보훈부는 백 장군이 태극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장성급 장교로서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고 판단했다. 또, 법적 근거 없이 안장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 없는 문구를 기재하는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정과 관련해 박 장관은 “백선엽 장군은 최대 국난이었던 6‧25전쟁을 극복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최고 영웅으로, 친일파 프레임으로 백 장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도 법적 근거 없이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을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가 지난달 5일 오후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동상 제막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가 지난달 5일 오후 ‘고 백선엽 장군 동상 제막식 및 3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동상 제막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회분열 야기” vs “명예회복” 대립

그러자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단체인 광복회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보훈부의 해당 조치에 유감을 표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광복회는 “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친일행적’ 기록을 법적·절차적 논의,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훈부가 우선순위의 일들은 제쳐두고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국가유공 호국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유독 백선엽 1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것도 의도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법과 절차에 따른 ‘친일기록’의 삭제를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며, 광복회를 포함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논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훈부가 해묵은 논란거리를 들고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보훈부의 행보에 대해 ‘백 장군에 대한 명예회복이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대인들의 관점 변화에 따라서, 그리고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살아 온 인생 전체를 평가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해당 인물이 걸어온 길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고, 이에 대한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 전 큰 분열의 아픔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분열과 대립을 유발하는 방식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해가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광복절 주간을 맞이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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