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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사설 목장 탈출..사육장엔 시멘트 바닥 뿐 카라, 정부에 대형야생동물 보호시설 마련 촉구 인간 이기심에 발생..동물 ‘물건 취급’ 지양해야

[공공돋보기] ‘사순이’의 비극이 남긴 숙제

2023. 08. 18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민간 사육시설에서 사자 한 마리가 탈출해 죽음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으며, 사자가 결국 사살됐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형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자격 미달 시설에서 사육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께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목장에서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해 인근 4∼5m 지점에서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께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목장에서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해 인근 4∼5m 지점에서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경북소방본부 제공>

◆ 목장서 탈출한 ‘사순이’의 최후

18일 동물보호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최근 민간 목장에서 탈출했던 암사자 사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쯤 경상북도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목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사순이’가 우리에서 탈출했다.

이에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으로 출동해 수색에 나섰으며, 해당 암사자는 인근 야산에서 발견돼 같은 날 오전 8시30분경 사살됐다.

사자가 탈출한 소식이 알려지자 관계 당국은 한때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입산 금지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암사자를 꼭 사살했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는 같은 날 공식 SNS에 글을 올려 사순이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카라는 “사순이의 소유주인 목장주에 따르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 간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가 끝난 상황에서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 있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있었다. 또 그간 감금돼 살아왔을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 도구 등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다”며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에 몸을 뉘여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께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목장에서 20년 정도 된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해 사살됐다. <사진=뉴시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께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목장에서 20년 정도 된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해 사살됐다. <사진=뉴시스, 경북소방본부 제공>

◆ 카라 “환경부,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아울러 정부 기관이 해당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카라는 “목장주는 전 주인에게서 사순이를 양수한 후, 동물원과 관할인 대구지방환경청에 사순이의 거처를 물색했지만 결론은 ‘갈 곳이 없다’였다”며 “환경부와 환경청은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전시 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고민은 ‘야생동물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라는 답으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환경부에서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 두 곳은 모두 라쿤 등 중소형 동물의 수용을 목적으로 한 시설”이라며 “따라서 현재 대형 야생동물을 수용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생태위원회도 이달 16일 논평을 내고 자격 미달 시설에서 사육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생태위원회는 “(사순이는) 관리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 운영 목장에서 사육됐는데, 목장주는 사자를 환경청이나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했지만 마땅한 시설이 없어 거절 당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자격 미달 시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며 “동물을 관리감독 할 수 없는 개인이나 동물원 등은 폐쇄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감금, 전시, 착취하는 산업이 존재하는 한 동물의 탈출과 죽음은 반복될 것”이라며 “동물이 착취의 대상, 물건이 아닌 자각있는 생명으로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4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  동물 물건취급 지양해야 반복 안 될 비극

암사자 ‘사순이’ 사살 사건 이후 개인이 직접 대형 야생동물을 키울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11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생생물법 개정안에서는 동물원·수족관으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의 살아있는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유기·방치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물론 법이 시행된 뒤에도 관계당국은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암사자 사순이 사살’은 야생동물을 포획해 기르고 싶다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빚어진 사태다. 허술한 관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사순이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행태를 지양함과 동시에 야생동물 보유 시설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관리가 뒷받침 돼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터.

우리 사회가 생명 존중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선 ‘제 2의 사순이’가 다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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