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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찬반 팽팽→편견 깨고 유령아동 해법 찾기

[공공story]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해

2023. 08. 28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얼마 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뉴스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죠. 이 일이 크게 이슈가 되자 그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들도 빠르게 처리되는 등 제도적 보완에 속도가 붙었는데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보호출산제’와 관련해서도 더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임신을 하게 된 산모의 경우, 개인이 아이를 키우기 힘들면 국가라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저출산이 큰 문제인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지요. 하지만 제 친구는 익명 출산을 돕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책임하게 양육을 포기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걱정하더라고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여·31·서울 마포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친모가 영아를 살해해 수년 간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사건이 알려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갓 태어난 영아들이 버려지거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거듭돼 공분이 커지는 상황에서 입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산모들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것.

해당 제도는 신원 노출 혹은 아이 양육을 원치않는 산모가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이 산모의 양육 포기를 유도하고, 아동이 부모에게 양육·보호를 청구할 권리를 박탈하는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국회 상임위 문턱 넘은 ‘보호출산제’

28일 국회에 따르면,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도 익명으로 아기를 낳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겨도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아동에게 안전한 양육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법안은 또 산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출생 기록을 남겨 추후 친모·자녀의 동의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법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사회 사각지대에 방치된 ‘유령 영아’ ‘그림자 아이’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 

감사원이 올해 3월부터 실시한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을 조사하던 중, 다수의 아동이 필수 예방접종·아동수당 등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에 노출된 채 제도권 밖에서 무적자(無籍者)로 양육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수원시와 함께 조사하던 아동 2명의 경우, 수사 결과 출생과 동시에 친모에게 살해돼 그 시신이 자택 냉장고 안에 수년 간 보관돼 왔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친모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차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가 지난 6월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가 지난 6월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냉장고 영아 살해’ 사건에 입법 급물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의료기관이 아기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대표적이다.

올해 6월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출생통보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출생통보제만 시행될 경우,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들의 ‘병원 밖 출산’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보호출산제, 논쟁의 지점과 숙고할 사안: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완·병행 입법 논의에 부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의료기관 출생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 문제가 해소될 것이 기대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자신의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산모의 의료기관 회피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십대 청소년과 같이 어린 미혼모로서 임신 자체를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 법정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경우 등의 임산부는 자신의 출산 사실을 숨기고자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우려로 인해 출생통보제의 보완·병행 입법으로 보호출산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아동이 부모에게 자신의 양육·보호를 청구할 권리를 국가에 의해 박탈 당하게 된다는 등의 반론이 나온다.

올해 5월11일 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25개 단체가 참여한 연대모임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제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곤경에 처한 임산부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보호출산’을 원하는 임산부에 한정해 제공되는 지원은 위기에 처한 여성의 선택을 제한하고 익명 출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의 이진혜 변호사는 “모(母)가 원할 경우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아동을 출생 등록해 입양기관으로 넘기는 시스템인 보호출산제를 도입한다면, 아동은 부모에게 자신의 양육과 보호를 청구할 권리를 국가에 의해 박탈당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동은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를 영구적으로 빼앗기게 된다”며 국가와 기관, 개인 모두가 아동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오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유기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돼선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보호출산제는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도입·정착되고,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며, 아동이 원가정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진 이후에나 논의돼야 한다는 것.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올해 5월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올해 5월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 제도 도입 앞서 충분한 논의 선행돼야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제도에 대한 우려를 일부 반영해 산모가 출생 기록을 남기도록 해 자녀가 ‘태생에 대해 알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보완했기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산모의 ‘손쉬운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가 산모의 양육 포기를 유도하기보다 출산을 선택한 산모들에 대한 지원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환영하거나 혹은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이 공존한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 모두 ‘위기에 처한 산모가 건강하게 출산하고, 태어난 아기가 안전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에 제도 도입에 앞서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감춰야 할 출산’ ‘부끄러워 해야 할 출산’이 존재한다는 사회적 통념 역시 바뀌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10대 미혼모 등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산모, 혹은 임신으로 인해 비난을 받는 임산부 역시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들 중 자신의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어머니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산모들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 말로 생명존중 사회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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