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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죄 이어지자 사형집행 재개 여론 분출 법무장관 ‘시설점검’ 지시에 불붙은 찬반논쟁 윤리문제·우방국 반대 등 고려해 공론화 필요

[공공돋보기] 사형제 도덕적 딜레마

2023. 09. 01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으며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한 가운데 사형집행을 부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형사소송법상 사형집행 명령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교정기관에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알려져 사형제도 찬반 논쟁에 불을 당겼다.

장기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자 일부 사형집행자들이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해지는 문제까지 불거졌지만, 그러나 사형집행을 재개할 경우 다수 우방국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형제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1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의 염원을 담은 조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형제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1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의 염원을 담은 조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흉악범죄에 커지는 “사형 부활” 여론

1일 정부가 운영하는 ‘청원24’ 홈페이지에는 ‘묻지마 흉기난동’과 관련해 사형집행을 재개해 달라는 청원글이 10건 이상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생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국민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서현역 묻지마 살인과 같은 범죄뉴스를 들을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사형제도 복원을 촉구했다.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가해자에게 사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해당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신을 피해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서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흉악범죄를 다룬 온라인 뉴스 댓글에도 “반드시 사형제 부활해야 한다” “세금으로 사형수들 밥 먹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사형선고 즉시 사형을 집행한다면, 죄없는 국민이 묻지마 칼부림 같은 범죄에도 희생되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26년 전인 1997년 12월 이후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정기관 내 사형집행 시설은 그간 방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교정기관 중 사형집행 시설이 있는 곳은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 총 네 곳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 법무장관 ‘사형집행 시설 점검’ 지시 이목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며칠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집행시설을 갖춘 전국 교정기관에 ‘사형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알려져 이목이 쏠렸다. 법무부 장관은 형사소송법상 사형 집행 명령권자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지시의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한 장관은 “오랫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다보니, 법 집행시설이 폐허처럼 방치되고 일부 사형확정자들이 교도관을 폭행하는 등 수형 행태가 문란하다는 지적들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 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또 ‘실제 사형집행을 전제로 한 지시인가’라는 물음엔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는 없다”며 “사형의 집행은 사형의 형사 정책적인 기능이나 국민의 법 감정, 국내·외의 상황들을 잘 고려해서 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올해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사형집행 부활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당시 한 장관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지적에 “사형제는 굉장히 여러가지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뿐만 아니라 이게 외교적인 문제에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만약 사형을 집행하면 EU(유럽연합)와의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26일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캐나다는 한국에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를 권고했다. <사진=캐나다 외교부(Global Affairs Canada)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올해 1월26일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캐나다는 한국에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를 권고했다. <사진=캐나다 외교부(Global Affairs Canada)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UN, 한국에 사형제 완전 폐지 권고

현재 EU는 사형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자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UN(국제연합) 회원국들이 한국에 사형제 완전 폐지를 권고한 사례도 있다.

법무부를 비롯해 외교부 등 10개 관계부처 합동 정부대표단은 올해 1월2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4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에 참여했다.

UPR은 UN 인권이사회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2008년부터 4년 반을 주기로 193개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동료평가 형식으로 상호 검토하는 제도다. 

이 자리에서 호주·캐나다 등 UN 회원국들은 한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정부에 사형제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이와 같이 사형집행 부활은 윤리적 측면과 함께 우방국들의 반대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정부의 고심이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형집행 비용의 증가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사형제도 존폐 여부는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가 당연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과, 범죄자라 할지라도 생명권은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반박은 충돌을 거듭해왔다.

답을 내리기 간단치 않은 도덕적 딜레마지만, 그렇다고 논의를 회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사형제 존폐 여부 혹은 그 대안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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