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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영웅:평범한 이웃들의 헌신→‘선한 영향력’ 선순환

[공공story] 이타적 본능의 힘

2023. 09. 04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지난달 분당구 서현역 AK프라자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죠. 한 20대 남성이 승용차를 타고 인도로 돌진한 뒤에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 말이에요. 당시 뉴스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거 같았어요. 저희 부모님이 서현역 근처에 사시고, AK프라자를 자주 방문하셨거든요.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 오늘은 그 장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씀 주시더라고요. 저는 엄마에게 당분간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반드시 멀리 돌아서 가라고 신신당부를 드렸어요. 그 자리에 저희 부모님이 계셨더라면... 정말 너무 끔찍했을 거 같아요. 며칠 뒤, 뉴스를 보니 그 무서운 상황에서도 10대 남학생 두 명이 피해자를 도왔다는 미담이 나오더군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안심도 됐어요. 세상엔 이유 없이 남을 해치는 이도 있지만, 이유 없이 타인을 도우려는 이들도 있는 거잖아요. (여·42·서울시 종로구 행촌동)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묻지마 흉기 난동’ ‘칼부림 예고’ ‘신림동 성폭행 살인’. 최근 뉴스에서 연일 흉악범죄가 보도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길거리를 비롯해 공원 산책로, 백화점 등 매일 마주하던 평범한 장소가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경계심은 심화되는 양상.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생면부지의 남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의 소식이 들린다. ‘시민 영웅’ ‘의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우리 모두에게 ‘이타적 본능’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오송 참사 현장서 몸 던진 의인들

4일 LG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7월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한 유병조(44)씨, 정영석(45)씨, 한근수(57)씨, 양승준(34)씨 등 4명에게 ‘LG 의인상’을 지난달 수여했다.  

당시 충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된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는 14명의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임시제방이 붕괴되면서 범람한 강물이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사고가 났다.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9분경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18분 뒤인 8시27분 경부터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후 8분 만인 8시35분경 지하차도 내부는 차량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물에 잠겼으며, 5분 뒤인 8시40분에는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의인들이 있었다. 

당시 유씨는 화물차를 몰고 청주 자택에서 세종 물류 창고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지하차도 출구를 10m가량 남긴 시점에서 강물이 지하차도로 밀려들며 유씨의 화물차 앞에서 달리던 버스가 멈췄다. 

이에 유씨는 자신의 화물차로 버스를 밀어 탈출하려고 했지만 버스는 꿈쩍하지 않았고, 차량시동이 꺼지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러자 유씨는 창문을 깨고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가 버스에서 빠져나온 여성 1명과 차량 뒤편 물에 떠있던 남성 2명을 구조했다. 

정씨는 유씨에게 구조돼 차량 지붕으로 대피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또 다른 시민들을 발견한 정씨는 거센 물살에 휩쓸릴 수 있는 위협을 무릅쓰고 여성 2명을 구해냈다.

같은 시각, 한씨는 운전 중이던 1t 트럭에서 빠져나와 중앙분리대를 붙잡고 지하차도를 빠져나가던 중 차량에서 나오지 못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에 한씨는 여성이 안전한 장소로 나올 수 있게 도와 함께 탈출했다. 

또 다른 의인인 양씨는 당시 차량에서 빠져나와 중앙분리대를 붙잡고 앞으로 가던 중 반대 차선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차에 탑승해 있던 부부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얼굴도 모르는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헌신한 의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격려하고자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8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당시 부상자를 도왔던 윤도일 군, 음준 군에게 교육감 표창장을 수여한 모습. <사진제공=경기도교육청>
지난달 28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당시 부상자를 도왔던 윤도일 군, 음준 군에게 교육감 표창장을 수여한 모습. <사진제공=경기도교육청>

# 크고 작은 사건서 등장한 ‘시민 영웅’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인해 일상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길거리를 비롯해 백화점, 지하철 등 공공장소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닌 언제든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됐다.

이처럼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전해지는 ‘시민 영웅’들의 미담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지난달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프라자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백화점 내에 있던 시민들은 다들 피하기 바쁜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10대 학생 2명이 부상입은 피해자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당시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또래 여성을 발견하고 지혈에 나서 생명을 구했다.

시민들이 힘을 합쳐 경찰을 도와 대형사고를 막아낸 사건도 있었다. 올해 6월30일, 대전 대덕구의 한 6차선 도로에서 유턴하던 5t 트럭이 기어 고장으로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비스듬히 멈춰선 트럭은 3개의 차선을 가로막았다. 이에 도로를 달리던 다른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반대 차선으로 넘어 가야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교통 정리에 나섰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 주변으로 시민 10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과 함께 트럭을 맨손으로 밀기 시작했고, 꿈쩍 않던 트럭이 천천히 움직이며 갓길까지 안전하게 옮겨졌다. 

시민들이 함께 큰 사고를 예방한 미담은 또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서는 4세 가량의 남자아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의 엄마가 비명을 지르자 승객들은 지하철 문이 닫히지 않도록 몸으로 막고, 승강장 틈새로 손을 뻗어 20초 만에 아이를 구조했다.  

올해 6월30일 대전 대덕구 6차선 도로에서 유턴하던 5t 트럭이 기어 고장으로 멈춰서자 경찰과 시민들이 함께 트럭을 밀어 갓길로 안전하게 옮기는 모습. <사진=대전경찰청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올해 6월30일 대전 대덕구 6차선 도로에서 유턴하던 5t 트럭이 기어 고장으로 멈춰서자 경찰과 시민들이 함께 트럭을 밀어 갓길로 안전하게 옮기는 모습. <사진=대전경찰청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이타적 본능을 실천할 용기

영국의 동물학자 매트 리들리는 자신의 저서 ’이타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이 사회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정신이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은 사회성, 협동성과 신뢰성을 지향한다는 것.

리들리에 따르면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협동의 방식을 계발하고, 믿을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고, 재화와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노동 분화를 이루는 것 등의 소양을 타고났다. 

그의 주장대로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지만, 위험에 처한 이들을 기꺼이 돕고자 하는 본능 역시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본능은 특정한 몇몇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잠재돼 있을 터.

위기에 처한 타인을 마주하면 그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타적 본능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피 흘리며 쓰러진 이의 지혈을 도와주는 행동일 수도 있고, 비 내리는 날 자신의 어깨가 젖는 것을 개의치 않고 수레를 끌고가는 노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일 수도 있다.

약간의 용기를 내서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소소한 배려도 좋다. ‘선한 영향력’이 확산된다면 점차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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