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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관행:의류·게임계 만연→악습 철폐로 산업 발전 도모

[공공story] 짝퉁의 유혹

2023. 09. 18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몇 년 전,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한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게시물을 구경했어요. 예쁜 얼굴에 스타일리시한 옷차림, 명품과 외제차까지. 모든 걸 갖춘 듯한 그 인플루언서가 너무 부러웠죠. 그는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모습도 보여줬어요. 인플루언서의 팬이었던 저는 SNS를 통해 그가 제작한 원피스를 구입하기에 이르렀어요. 배송된 옷을 입고 친구들과의 약속에 나갔는데, 한 친구가 제 옷을 보더니 외국 명품 브랜드의 신상품과 똑같다고 지적하더라고요. 해당 브랜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정말 제가 구입한 원피스와 똑같은 디자인의 옷이 있었어요. 단추부터 원단 패턴 등을 99% 동일하게 따라한 디자인이었죠. 전 졸지에 ‘명품 짝퉁’을 입는 사람이 됐고요. 그때 얼마나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는지.. 그 친구가 한 말이 아직 잊혀지지 않아요. “그 사람은 짝퉁을 판 돈으로 자기는 진품을 입고 다닐 걸? 바로 네가 지불한 돈으로 말이야” (여·30·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지난 2021년 부산본부세관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표를 위조한 ‘짝퉁 운동화’를 압수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부산본부세관>
지난 2021년 부산본부세관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표를 위조한 ‘짝퉁 운동화’를 압수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부산본부세관>

유명 명품 브랜드의 옷·신발 등 디자인을 베낀 위조품을 만들어 유통시킨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가 덜미를 잡혔다. 디자인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첫 사례다.

해당 인플루언서의 행태에 대해 정부는 ‘디자이너들의 창작의욕을 와해시켜 왔다’고 비판하며 향후 지식재산권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암암리에 퍼져있던 병폐를 뿌리뽑기 위해 팔을 걷은 것.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창작자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카피’ 관행을 개선해 산업계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짝퉁’ 팔아 호화 생활한 인플루언서 덜미

18일 특허청에 따르면,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 디자인을 베낀 일명 ‘짝퉁’을 제조·판매한 패션 인플루언서와 그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샤넬·타임 등 국내·외 58개 기업 유명 브랜드 의류와 신발, 귀금속 모방품 2만여 점을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기술경찰)은 디자인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SNS 인플루언서이자 법인 대표인 A씨(34)를 구속하고 임직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모방품 판매·유통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고 직원들을 채용했다. 

A씨와 직원들은 유명 브랜드의 신상 제품을 구입한 후, 이를 모방하고 반품하는 수법으로 모방품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모방품에 자체 상표를 붙이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해왔다.

모방품 제조는 국내 의류·신발·귀금속 제조·도매 업체 및 해외 현지 업체에 맡기는 방식 진행했다.

A씨는 누적 방문자수가 1400만명 이상인 블로그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왔다. 그는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구매자를 끌어들여 회원제로 모방품을 판매했다.  

이들이 2020년 11월부터 3년간 제조·유통시킨 모방품은 정품 가액으로 무려 344억원에 이른다. 

기술경찰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범죄수익환수팀과 협력해 A씨의 금융계좌를 동결하고 부동산·채권 등을 압류해 범죄수익 24억3000만원 전액을 추징보전했다. 

그간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강남구 소재 고급빌라에 거주하면서 고가의 차량을 여러 대 보유하는 등의 호화 생활을 과시했다.

이 같은 A씨의 행태에 특허청은 “또 다른 범죄행위를 조장하고 디자이너들의 창작의욕을 와해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유명 인플루언서가 판매한 모방품. 각각 왼쪽이 모방품, 오른쪽이 정품. <자료제공=특허청>
디자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유명 인플루언서가 판매한 모방품. 각각 왼쪽이 모방품, 오른쪽이 정품. <자료제공=특허청>

# 지재권 보호 위해 칼빼든 정부

A씨 일당 검거와 관련해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범죄수익을 추징보전하고 피의자를 구속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능화되는 지식재산권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여 범죄 동기 및 유인을 차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간 타 의류 브랜드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낀 ‘카피 제품’을 SNS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과 같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 역시 고질적 병폐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모양새다.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IP)이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해 창출된 지식·정보·기술 등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지적창작물에 부여된 권리가 바로 지식재산권이다. 

정부는 지식재산 기본법을 통해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와 같은 지식재산 창출자가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수한 지식재산의 창출을 촉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분류된다. 

신지식재산권은 반도체 배치설계나 영업비밀 등 경제·사회·문화의 변화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분야에서 출현한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식재산권 보호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이하 상표경찰)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에서 팬 상품 관련 위조상품 단속에 나섰다. 

특허청 상표경찰은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블랙핑크 관련 위조상품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그 결과 블랙핑크 관련 위조상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을 확인해,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위조상품 판매자의 게시글·계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허청은 이번 단속을 통해 한국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협력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지식재산 존중문화를 홍보·계도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사진제공=엔씨소프트>

# ‘카피’ 관행 개선, 우리 모두의 책임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충돌은 게임 업계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1부(김세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 1심에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2021년 6월 웹젠이 서비스 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의 대표작인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며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웹젠에 서비스 중단과 함께 엔씨소프트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현재 엔씨소프트와 웹젠 양측 모두 항소함에 따라 법정 다툼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게임 업계에 만연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리니지와 유사한 게임)’ 제작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의류 업계에서 타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하고, 게임 업계에서 경쟁작을 베끼는 행태는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악습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표절과 베끼기는 창작자의 의욕을 꺾고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는 한정된 수의 고객에게 ‘카피’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원작자의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폐단이기도 하다.

창작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산업계의 건설적인 발전을 꾀해야 하는 때다. 소비자 역시 저렴한 가격에 현혹돼 의식적으로 카피 제품을 구입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베끼기’라는 ‘지름길’이 아닌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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