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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황금 연휴 ‘귀성vs집콕’→삶의 최고 울타리는 가족

[공공story] 가장 평온한 휴식처

2023. 09. 2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20대 중반 본가를 떠나 혼자 서울에서 생활한 지 벌써 14년 정도가 지났네요. 초반에는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가고 했지만, 직장 생활로 바쁘게 살다보니 언젠가부터 주말은 그냥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시간으로 썼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왜 얼굴도 안 비추느냐’며 서운해 하셨지만, 지방에 한 번 내려갔다 오면 주말이 다 가버리기 때문에 저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됐죠. 그리고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는 명절 때마저도 고향에 방문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감염병 걱정은 없지만, 솔직히 올해 추석에도 고향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길도 막히고,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과 만나면 또 결혼 이야기 등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뻔해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받고요. 그래도 엄마가 지어준 따뜻한 집밥이 그립기도 하고, 고향이라는 푸근한 온기를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느끼겠어요. 몸은 좀 피곤하겠지만 부모님도 뵙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남·39·서울 동작구) 

<사진=뉴시스>

음력 8월15일인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는 최대 규모의 명절이다. 한복을 입고 햅쌀로 빚은 송편과 다양한 햇과일 등 음식들을 장만해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또 주변 이웃들과 정과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풍습으로 인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곡식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의 한 가운데 올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바쁜 일상 속 소홀했던 가족과 주변 이웃들을 챙기며 소소한 행복을 만들 예정이다. 

# 코로나19 엔데믹 후 첫 한가위

정부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4단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더이상 코로나를 특별한 바이러스로 취급하지 않고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

국내 첫 감염자 발생 이후 1319일 만에 완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추석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최장 6일간의 황금 연휴 기간이 형성되며 일찌감치 기대감을 키웠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지난 5일 재가했다. 윤석열 정부 첫 임시공휴일 지정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휴식권 보장과 함께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뒀다. 

또한 추석 황금 연휴를 맞아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계획안은 이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이달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나흘간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무료가 된다. 

하이패스 이용자는 하이패스 차로 통과 시 자동으로 통행료가 0원 처리된다. 일반차로의 경우 고속도로 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받아 진출 요금소에 내면 면제 처리된다.

내달 1일 밤 고속도로를 진입한 경우, 이달 28일 새벽에 고속도로를 빠져나간 경우도 통행료 면제 대상이다. 

해당 기간 내 잠시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에 대해 모두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 귀성-귀경객들의 교통 편의를 높이고 연휴 기간 전국 주요 관광지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저마다 민자 도로 통행료 면제를 비롯해 관광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마련하고 손님맞이네 분주한 모습. 코로나19 종식 이후 모처럼 추석다운 추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고물가 시대 부담..벌써부터 스트레스

하지만 모두가 추석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6일간의 연휴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라는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있었지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야한다는 것에 오히려 한숨을 쉬는 경우도 있었다.  

지속되는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에게 명절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인들에게 부모님 용돈과 조카들 용돈, 친척들 선물 등 지출은 또다른 스트레스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최근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인 (주)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추석 연휴 계획’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8%가 ‘고향 방문 예정’이라고 답했고, 절반 이상인 51.2%는 ‘방문 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고향에 방문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들은 연휴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계획 없다’(33.6%), ‘집에서 게임, OTT나 TV를 즐길 예정’(22.2%), ‘밀린 집안일’(17.4%), ‘국내 여행’(15.4%), ‘해외 여행’(10.6%) 등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난다’(22.4%)는 응답보다 ‘집에서 쉬겠다’(30%)는 답변이 우세했다.

전국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KB국민카드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휴식’(40%)이 ‘여행 계획이 있다’(23%)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긴 연휴 기간의 영향으로 국내외 여행 예약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집에서 쉬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고물가시대 여행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예년보다 늘었지만, 경기불황과 물가상승 원인으로 해외여행 등 구체적 계획보다는 집에서 머무르며 개인적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들은 명절 정상화를 특히나 더 달갑지 않아 하는 모습. 무한한 경쟁과 승부 속에서 1등만 주목하는 ‘1등 지상주의’와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가 부모세대와 갈등을 촉발하며 즐거운 명절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절 연휴 기간 가족간 갈등을 유발하는 대화 단골 소재 1위는 ‘연봉이나 회사 규모 등 취업 관련’(42.1%)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에듀윌이 추석을 앞두고 20~40대 성인남녀 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이어 ‘대학 입시나 성적’(15.8%), ‘결혼 유무 및 시기’(14.9%), ‘정치적 견해’(13.2%), ‘자녀 계획 및 출산 관련’(6.1%) 등 순이었다. 

추석 연휴가 부담스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과 세대간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28.9%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이동 시간과 친척집 방문으로 인한 시간적 부담’(27.2%), ‘장시간 운전 또는 음식 장만 등 육체적 노동’(22.8%), ‘용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11.4%)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그래도 가족..든든한 최고의 울타리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모이는 명절은 어느 집마다 화목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도시화와 핵가족화 가속으로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가족들은 추석이라는 민족 대명절을 통해 안부를 묻고 덕담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절 스트레스나 가족 간 갈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즐거운 명절 오랜만에 만나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제대로 된 소통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떠한 생각이나 행동 등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이른바 ‘꼰대’라 부른다.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은 소위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성적과 직장, 연봉, 결혼 등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치솟는 집값, 고물가 등 압박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에게 이런 주제를 쉽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 중 하나일 수 있다. 

결국 ‘조언’으로 포장된 ‘훈계’에 젊은 세대들은 귀를 막고 입을 닫게 되는 셈. 나이가 어리고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들의 생각과 의견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고, 모두 저마다 사연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사람은 이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물론 이 울타리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지만, 치열한 생존경쟁 사회 속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유일한 휴식처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점점 공동체 의식은 퇴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버팀목이 돼주는 가족의 힘은 그 무엇보다 대단하고 든든하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추석 연휴가 단비 같은 휴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혼자만의 휴식보다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지쳐있던 심신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가족이란 우리가 어제를 추억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이고, 오늘의 힘과 도움을 주는 존재이며, 내일에 희망을 주는 존재다. 그렇기에, 아무리 좋은 국가라도 가족이 주는 것을 줄 수 있는 국가는 없는 것이다.” -Bill Ow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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