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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최초 설치 의무화..“의사 기본권 침해” vs “보관기간 실효성 의문” 의료계·환자단체 모두 반발, 이해관계자들 충돌로 정착까지 진통 불가피

[공공돋보기] 수술실에선 무슨 일이

2023. 09. 28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내용을 담은 개정 의료법이 지난 25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할 때 의료기관은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술 장면을 녹화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은 최소 30일간 보관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목적은 의료사고 입증 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환자 권리 보호 등이다. 2016년 성형수술 중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으며, 국회는 2021년 8월 말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시행됐지만, 한동안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법 시행 전부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계속되며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전세계 최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5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시행됐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2021년 9월24일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것이다.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취지에서 법이 개정됐다. 법이 공포된 이후 복지부는 연구용역과 관계단체 참여 협의체 논의를 통해 시행규칙 등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전신마취나 의식하진정(일명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이 대상이다. 

CCTV는 네트워크 카메라(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어느 곳에서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장치)와 달리, 촬영한 정보를 폐쇄회로 전송로를 통해 특정 장소에 전송하는 장치다. 수술실에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아닌 CCTV를 설치해야 한다. 

CCTV를 설치할 때는 고해상도(HD급)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사각지대 없이 수술실 내부를 전체적으로 비추면서 수술을 받는 환자와 수술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나타나야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촬영을 원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는 촬영 요청서를 의료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의료기관의 장은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알려야 하며, 촬영을 요청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촬영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촬영 요청서를 받은 의료기관의 장 등은 법에서 정한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촬영을 해야 한다.

법률에서는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 등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거부 사유에 해당해 촬영을 거부하려는 의료기관의 장은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촬영 거부 사유를 설명해야 하며, 그 거부 사유를 촬영 요청 처리대장에 기록해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촬영 시 녹음은 할 수 없으나, 환자와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전원이 동의하면 녹음도 가능하다.

촬영한 영상은 ▲수사나 재판업무를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분쟁 조정·중재업무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환자 및 수술 참여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열람 또는 제공할 수 있다.

열람·제공을 요청하는 기관이나 사람은 영상정보 열람·제공 요청서를 의료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10일 이내에 열람·제공 방법을 통지하고 실시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열람이나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을 실비의 범위에서 요청한 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영상의 삭제 주기는 내부 관리계획으로 정해 주기적으로 삭제하도록 했다.  

다만, 영상을 보관하고 있는 기간 동안 열람·제공 요청을 받는 경우는 30일이 지나더라도 이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삭제하면 안 된다.  

또한 정식 열람·제공 요청이 아니라, 열람·제공 요청 예정을 이유로 영상정보 보관 연장 요청을 받는 경우에도 보관을 연장해야 한다.

보관 연장 요청을 하려는 기관이나 사람은 연장 요청서와 함께 관련 업무가 진행 중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고발장, 의료분쟁조정신청서, 일부 정보주체의 열람 동의서 등)를 제출하면 된다.

보관 연장 요청을 할 때 연장 기간은 30일 이내로 정해 요청하되, 그 기간을 추가 연장하려면 다시 요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의료기관은 영상정보가 분실·유출·훼손 등이 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컴퓨터 암호 설정 ▲로그인 기록 관리 ▲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관리 책임자나 운영 담당자 등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부여 ▲내부 관리계획 수립·점검 ▲저장장치를 접근이 제한된 구획된 장소에 보관하는 등 조치를 하도록 했다. 

의료법에서는 촬영된 영상 정보 보호를 위해 영상을 임의로 제공하거나 누출·변조·훼손하는 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촬영하는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수술실 CCTV 설치 및 촬영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위반 의료기관에는 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복지부는 지자체를 통해 법 시행에 따른 수술실 CCTV 설치현황 등 의료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CCTV 설치 및 촬영 등 운영에 관한 현장 문의나 민원에도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관계단체에 주요 질의나 현장 건의사항 접수 창구 마련 등을 요청했다. 시행 후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한 환자단체 및 의료계 의견수렴을 적극 진행하기 위해 시행규칙안 마련 과정에서 운영했던 관계단체 협의체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랜 기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이 이뤄졌다”며 “ 2년여의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만큼, 수술실 내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 시행 초기에 환자도 의료진도 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정부가 현장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발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발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계 “의사 기본권 침해..차라리 수술실 폐쇄” 반발

의료계는 이번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해 법 시행에 앞서 헌법소송을 제기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가 무너지고, 의료진의 소극적 방어 진료를 유발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또 의료진의 초상권과 직업수행에 있어서의 자유, 인격권 등도 문제삼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5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대한병원협회도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에 힘을 보탰다.

당시 이필수 의협 회장은 “CCTV 촬영은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수술 중 파악한 환자의 상태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의료과실로 잘못 비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 법안이 시행된다면,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도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해 필수의료 붕괴가 우려되므로,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각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그런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확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윤 회장은 “환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킹범죄에 의하여 환자의 민감정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개정 의료법이 시행 당일에도 입장을 내고 의료계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협은 “법 개정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후속조치가 늦어지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법 시행에 앞서 CCTV 설치 등 준비를 함에 있어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법 시행일인 오늘까지도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제도로 인해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 상황에 대해서는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을 지양하고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의사 93.2%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의협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 동안 온라인으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특히 문항 중 ‘당신이 원장이라면 CCTV 설치 의무화 시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55.7%가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중소형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CCTV 설치 의무화 대안으로는 ‘대리수술의 처벌 강화’(64.0%), 수술실 입구 CCTV 설치(39.8%),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등 답변이 나왔다. 

고(故)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지난 2021년 9월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고 권대희 사건 살인죄 공소장변경 인용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환자단체, 개정 의료법 시행은 ‘환영’ 보관기간 30일은 ’불만’

반면, 환자단체는 개정 의료법에 대해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촬영 관련 규정을 의료법에 최초로 신설했다는 점에서 환자의 안전 및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조항이 환자들에게 불리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영상정보 보관 기관을 촬영일로부터 30일로 정한 것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환자단체는 의협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틀 뒤인 7일 성명을 내고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관’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한 것은 환자나 환자보호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의료행위의 은밀한 전문성으로 인해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 

이들은 “의료사고는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있더라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승낙 또는 거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14일 동안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보관기간을 단기로 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촬영일로부터 90일 이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폐쇄회로 텔레비전 촬영 영상정보 보관 기관인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시행을 놓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이 법안을 두고 오랜 기간 논쟁이 이어졌고, 여전히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이슈다.

수술실 CCTV는 있어도, 없어도 문제라는 지적.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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