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스토리

#아시안게임:각국 치열한 경쟁→돋보인 우정·스포츠맨십 

[공공story] 메달보다 빛난 매너

2023. 10. 02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추석 연휴에 고향집을 찾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다 같이 식사를 하고 TV 앞에 둘러앉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기를 봤는데요. 저는 스포츠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수영은 스릴감이 엄청나서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더라고요.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저희 가족도 함께 즐거워 했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다른 국가 선수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황선우 선수가 금메달을 딴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라이벌이었던 중국의 판잔러 선수가 박수를 쳐주며 지나가는 모습도 흐뭇했고요.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판잔러가 황선우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도 감동이었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이기는 것도 좋았지만, 이런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 기억에 오래 남아요.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그런 듯 해요. (여·34·서울시 마포구)

(왼쪽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판잔러 선수, 금메달을 차지한 황선우 선수가 지난달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함께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판잔러 선수, 금메달을 차지한 황선우 선수가 지난달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함께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명절 연휴를 뜨겁게 달구며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5년 만에 열린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축제에서 우리 선수단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함과 자부심을 선사했다.

특히 역대 최고 성적으로 ‘황금 세대’라는 찬사를 받은 수영 대표팀은 중국 수영 선수와의 우정을 통해 국제 스포츠 대회의 목적이 ‘소통’이라는 사실을 되새겼다. 

또한 대회 곳곳에서 승패와 관계 없이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맨십도 빛을 발하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막 오른 아시아 최대 스포츠축제

오는 8일 폐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은 2일 현재 금메달 30개, 은메달 35개, 동메달 60개 등 총 125개의 메달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당초 지난해 9월에 열릴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1년 연기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제19회 아시안 게임 개회식이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네팔, 라오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 태국, 홍콩 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가맹 45개국이 모두 참가했다. 

특히 5년 간 각종 스포츠 대회에 불참했던 북한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점도 화제가 됐다. 북한은 이번 게임에 18개 종목에서 선수단 185명을 파견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45개국에서 온 1만2000명 이상의 참가 선수들은 40개 정식 종목, 61개 세부 종목에서 총 481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LoL·롤)’과 같은 e스포츠, 브레이킹, 보드게임(바둑·체스·샹치·콘트랙트 브릿지), 카바디, 세팍타크로 등 올림픽에선 볼 수 없는 종목들이 이목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선수 867명·임원 273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으며 금메달 50개 이상 수확 및 종합 순위 3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첫 메달 소식을 전한 선수는 여자 근대5종의 김선우(26·경기도청)였다. 근대5종은 한 명의 선수가 펜싱과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모두 치러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종목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에서 김선우는 종합 포인트 1386점을 따내며 대표팀에 은메달을 안겼다.

강완진이 지난달 24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 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품새 개인 결승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완진이 지난달 24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 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품새 개인 결승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 선수단 활약과 금빛 결실 

아울러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가져온 선수는 태권도 품새 간판 강완진(25·홍천군청)이었다. 

강완진은 같은 날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태권도 품새 남자부 개인전에서 대만의 마윈중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어진 품새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는 차예은(22·경희대)이 일본의 니와 유이코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해 ‘남녀 동반 금메달’의 쾌거를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단연 수영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수영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우민(22·강원도청)과 황선우(20·강원도청) 등 ‘황금 세대’를 앞세운 한국 수영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종합 메달 22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김우민은 남자 계영 800m와 자유형 800m, 자유형 400m까지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걸며 수영 3관왕에 올랐다. 남자 자유형 800m에서는 7분46초03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 수영에서 아시안게임 3관왕이 나온 것은 1982년 뉴델리 대회의 최윤희,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의 박태환 이후 역대 세 번째다. 

황선우는 남자 계영 800m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남자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자유형 100m와 혼성 혼계영 400m에서는 동메달을 거머쥐는 등 출전한 6개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챙겼다. 

지유찬(21·대구광역시청)은 남자 자유형 50m에서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백인철(23·부산광역시중구청) 역시  남자 접영 5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도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29년 만에 중국을 격파했다. 롤러스케이트 종목에서는 정병희(24·충북체육회)가 남자 스피드 스케이트 EP 1만m에서, 최광호(30·대구시청)가 남자 스프린트 10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의 김관우 선수와 롤 한국 대표팀이 각각 금메달을 거머쥐며 e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지켜냈다. 

펜싱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쓸어담으며 ‘효자 종목’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3차전 경기, 김가은이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3차전 경기, 김가은이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회 품격 높인 우정·스포츠맨십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은 인류의 화합을 강조한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Heart to Heart, @Future)’이다.

이 같은 대회 슬로건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국적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와 중국의 수영 스타 판잔러(19)의 우정이 대표적이다. 라이벌인 두 선수는 대회 도중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27일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황선우가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하자, 은메달을 목에 건 판잔러는 시상식에서 황선우의 팔을 잡고 번쩍 들어올려 주며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간 국제 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은 치열하게 경쟁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양국 스포츠 팬들 역시 판정 시비 등을 놓고 강하게 충돌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황선우와 판잔러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이 같은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달 24일 유도 남자 60kg급 결승에서 대만의 양융웨이(26) 선수와 맞붙은 이하림(26·한국마사회) 선수 역시 멋진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천적’ 양융웨이에게 절반패를 당한 이하림은 경기 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상대와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며 감동을 자아냈다.

스포츠맨십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뒤,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정신을 의미한다. 

피땀 흘린 노력 끝에 아쉽게 승리를 놓친 허탈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정신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선수들 못지 않게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선수 역시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