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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시설 개선사업 지지부진..9월 기준 폐암 확진자 49명 2021년 첫 산재 승인 사례 이후 현재까지 총 113명 인정 안전 장치 마련 미비..노동자 일부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목소리

[공공돋보기] 갈 길 먼 학교 급식실 안전

2023. 10. 11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지난 2018년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질환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이후 정부가 올해 3월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러나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환기시설 개선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동자들 사이에서 폐암 진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2021년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첫 인정된 이후 현재까지 총 113명의 노동자들이 산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흡한 대책이 급식실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4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폐암 산재 피해자 정태경 전 조리실무사가 상징의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7월4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폐암 산재 피해자 정태경 전 조리실무사가 상징의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속출..시설 개선은 지지부진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의 환기시설 교체 사업이 당초 교육부가 발표한 사업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환기시설 개선사업 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리시설의 사용연수나 조리실 건축물의 노후화 등 정확한 통계가 없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초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환기시설 개선사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월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급식종사자의 폐암 건강검진 결과 양성결절은 전체 29% 에 육박하는 1만1444명으로 나타났다. 폐암 확진자도 4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질환 문제가 2018년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이후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리흄’(조리 발생시 나오는 미세먼지로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분류)을 줄이기 위한 환기시설 개선사업의 속도가 더뎠다는 점에서 비판도 거셀 전망이다 .

올해 3월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급식실의 환기설비와 조리환경 개선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올해 환기설비 개선 목표치를 전국 1889개교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동용 의원실에서 확인한 9월 기준 자료에서는 1473개교에 불과했다. 

서 의원은 “1473개교 또한 사업이 완료됐거나 예산이 집행된 학교가 아니라 올해 목표치”라며 “실제 사업 실적은 더욱 뒤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8월 세분화된 단체급식시설 환기에 관한 기술지침 개정안을 공표하고 학교 조리시설에도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서 의원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제안으로 출범한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TF팀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해당 개정안에는 환기 후드의 크기·설치기준과 용어의 통일 등 수정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의견이 반영된 환기설비 기술지침이 나왔으나, 개선사업의 어려움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 

특히 오래된 학교 건축물 내에 있는 조리시설의 경우 환기량 충족을 위한 덕트나 대용량의 환기설비를 설치할 공간과 층고가 충분하지 않아서 환기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 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건축물과 조리·환기시설의 노후 정도나 그에 따른 설비교체 가능 여부와 같은 기본 자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과연수별 전국 학교 건물현황 자료에 따르면 급식동과 식당으로 사용되는 건물 중 15.7%, 9.1%가 각각 준공 30년과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었다. 

조리실 건물의 노후화로 개선사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타당하다고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

따라서 시도교육청에서 조리시설의 노후도와 환기시설 개선사업 적합성 여부를 따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조리실을 포함한 급식동·식당 등 건물의 증·개축 및 현대화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서 의원은 “급식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환기시설 개선사업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편성해서 사업 목표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라며 “조리실 건물의 노후화, 급식동의 증·개축과 같은 제안들도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2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산재 피해자 국가책임 손해배상청구소송제기 기자회견’에서 소송당사자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6월2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산재 피해자 국가책임 손해배상청구소송제기 기자회견’에서 소송당사자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확산되는 정부 책임론

이처럼 열악한 학교 급식실 환경 개선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자 정부 책임론도 부상한 상황.

아이들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현장으로 내몰리면서 정부가 피해 예방 및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30개 단체는 7월 ‘학교급식노동자 폐암산업재해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대책위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사용자인 시도교육청은 산재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이 노동자들을 죽음의 급식실 속에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정부가 외면한 열악한 노동환경이 집단 폐암 산재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급식 현장에서 일하다 폐암을 앓게 된 노동자 일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산재 승인을 받은 피해자 중 1차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 이들이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 기간은 최소 14년에서 최대 26년이다.

한편, 급식실 노동자의 폐질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2021년 2월 급식실 조리 업무 중 발생하는 조리흄 노출과 폐암과의 인과관계가 처음으로 인정됐다.

학교 급식실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고 사망한 노동자의 산재가 승인된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총 113명의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 발병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 실시된 전국 학교 급식실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에서 노동자 4만2077명 중 32.4%에 해당하는 1만3653명이 폐 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였으며, 폐암 확진과 의심자가 341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폐암 발병 환자 수는 물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폐암 산재 피해자들의 수도 향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전체 시도교육청에서 배정한 급식환경 개선사업비 7169억원 중 환기시설 개선사업에는 약 7.4%인 530억원 편성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지금도 거리로 나와 국가 책임 요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각종 유해 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마저 미비한 현실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아이들의 건강을 챙긴 학교 급식 노동자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미봉책이 결국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호소에 더 귀를 기울이고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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