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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릉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무혐의 판단 유족·KG모빌리티 민사소송에 영향끼칠까 시선 사고차량 제조사 측 “저희가 언급할 부분 아냐” 법 개정 통해 모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단 지적

[공공돋보기] ‘도현이 할머니’ 아픈 눈물의 의미

2023. 10. 19 by 김수연·정혜경 기자

공공뉴스=김수연·정혜경 기자 지난해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고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경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경찰은 기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가 할머니의 과실을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례적으로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았다.

사고 차량의 제조사인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측은 경찰의 이번 판단이 자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송치 결정이 유족과 제조사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끼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이 불송치됨에 따라 급발진 입증 책임을 차량 제조사가 지게 하도록 하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지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모습. <사진=KBS 1TV 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이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모습. <사진=KBS 1TV 뉴스 화면 갈무리>

◆ 강릉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19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던 60대 A씨는 경찰로부터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경찰은 기존 국과수 감정 결과에 사고가 A씨의 과실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포함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의 과실을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 감정 결과 제동 계열에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으며 실제 차량 운행 중 제동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나 예기치 못한 기계의 오작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닌 만큼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6일 오후 3시50분 경 강원도 강릉시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승용차는 굉음과 연기를 내며 앞차를 들이받고 600m 가량을 더 달리다가 콘크리트 지하통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는 부상을 입었으며 함께 차량에 탑승했던 12세 손자 고(故) 이도현군은 사망했다.

유족측이 공개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에는 사고 당시 A씨가 “이게(브레이크) 안돼. 도현아, 도현아”라며 손자 이름을 반복해 외치는 긴박한 상황이 담겼다.

당시 경찰은 운전자였던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A씨측은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하며, 지난 1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들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들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운전자 가족, 국민 청원 나선 이유

아울러 A씨의 가족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운전자 측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차량 결함 여부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도현군의 아버지이자 운전자 A씨의 아들인 이상훈씨는 2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 후 흔적을 남기지 않아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불합리한 법 조항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청원 취지를 전했다.

해당 청원은 게재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는 등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올해 3월 국과수의 감식 결과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지자 A씨의 변호인은 ‘부실 조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국과수가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는 지적이다.

A씨가 첫 경찰 조사에 출석한 3월20일,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강릉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과수는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은 하지 않고 하드웨어 검사만 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5월23일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에 “누가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겠느냐”고 통곡하며 급발진 사고를 주장했다.

<사진=국회 국민동의 청원 화면 갈무리>
<사진=국회 국민동의 청원 화면 갈무리>

◆ ‘도현이법’ 논의에 속도 붙을까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이제 시선은 사고 차량의 제조사인 KG모빌리티 측의 입장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운전자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경찰의 판단이 자칫 차량의 결함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아직까지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제조사 측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KG모빌리티 차량 사고 원인 판단은 향후 업계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분위기에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이번 불송치 결정은 KG모빌리티에서 고소한 게 아니라 경찰이 기소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언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향후 차 결함으로 급발진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선 “해당 건과 관련해서는 현재 소송 중”이라며 “최종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공론화 되면서 여론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A씨의 불송치 결정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정가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7일 자신의 SNS에 “오늘 할머니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한다”며 “그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유가족분들에게 미력이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정치는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며 “국회 정무위원회의 신속한 법안 검토를 거듭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달라”며 “저 역시 관련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A씨 가족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명이 동의를 하면서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논의를 위한 토대가 마련된 상황.

“내가 감옥에 간들 불송치가 나든 어떤 결과든 상관 없는데, 도현이가 없다”. 바로 도현이 할머니가 불송치 결정이 난 이후 한 말이다.

도현이 할머니의 죽음보다도 아픈 이 절규가 헛되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모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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