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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패러게임:장애를 초월한 힘→노력 결실 감동으로

[공공story] 한계 없는 도전

2023. 10. 30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저는 얼마 전 개최됐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굉장히 재밌게 시청했어요.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 폐막이 많이 아쉬웠는데요. 아시안게임 직후 ‘2022년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아시안 패러게임)’이 연이어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아시안게임의 여운이 짙게 남아서,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시청하게 됐는데요. 장애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들의 분투는 비장애인 경기와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자신이 처한 조건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30·서울시 동작구)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 후안롱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200M T36 결승 경기에서 전민재 선수(왼쪽)가 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 후안롱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200M T36 결승 경기에서 전민재 선수(왼쪽)가 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이후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매달 30개, 은메달 33개, 동메달 40개를 따내 종합 4위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스마일 레이서’ 전민재(스포츠등급 T36·전라북도) 선수는 육상 여자 T35 200m 결선에서 2위를 차지해 한국 선수단에게 첫 메달을 안겼다. 또 김정빈(전라북도장애인사이클연맹) 선수는 사이클 남자 시각장애(MB) 4000m 개인 추발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냈다. 

치열한 경기를 통해 빛나는 성과를 이끌어낸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팀은 우리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남겼다.

# 韓 선수단 345명, 21개 종목 참여

장애인 스포츠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전 상이군인을 위한 대회로 Paraplegia란 용어가 사용됐다.

그러나 종목·참가 규모·장애 유형이 확대됨에 따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평행(Parallel)하게 올림픽과 함께 치러지는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의미의 ‘패럴림픽(Paralympics)’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30일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패럴림픽이란 ‘Paraplegia(척수장애)’의 접두어 ‘Para’와 ‘Olympics’의 어미 ‘lympics’의 합성어다.

영국 스토크맨더빌 병원의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 주도로 상이군인 재활을 위해 1948년 최초의 척수장애인 체육대회가 개최됐으며, 이는 1952년 독일·스웨덴 등 유럽 지역 국제대회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대회가 열렸다. 

아울러 장애인 아시안게임은 평생을 장애인 재활에 바친 정형외과 의사 나카무라 유타카 박사가 아시아 국가에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연맹(FESPIC Games Federation) 창설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는 총 44개 국가에서 선수·임원 5121명이 참가했다. 이 중 대한민국 선수단은 총 345명(선수 208명, 임원 137명)이 21개 종목에 참여했다.

지난 22일 열린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빛나는 꿈’ 등의 주제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 중 휠체어 댄서들과 다른 댄서들이 함게 춤을 추는 ‘상호공존의 하모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번영할 수 있길 기원하는 장면을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이색 종목들이 관심을 모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인 ‘골볼’이 대표적이다. 

골볼은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팀 골대에 넣어 득점하는 경기다. 각 3명의 선수로 구성된 2개의 팀이 3대3으로 경기를 진행하며, 경기장 바닥에는 실이 들어간 라인 테이프가 부착돼 선수들이 촉각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은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시력을 차단해 동일한 조건 하에서 청각과 촉각만을 이용해 경기에 임하게 된다.

경기 시간은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12분씩, 총 24분이며 전반과 후반 사이의 하프타임은 3분이다. 각 팀이 동점을 기록해 연장전이 진행될 경우,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골든골’ 방식이 적용된다.

또 하나의 이색 종목은 보치아다. ‘공을 굴리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보치아는 표적구에 공을 가까이 붙여 합산 점수를 겨루는 스포츠다.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 등 운동성 장애인만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필요한 도구는 흰색 표적구 1개, 빨간공·파란공 각 6개이며, 표적구에 빨간공 혹은 파란공을 던져 가까이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숫자가 점수가 되며, 엔드 이후 이 점수의 합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왼쪽부터) 장영진(서울시청), 주영대(경남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지난 27일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 MD 4 결승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왼쪽부터) 장영진(서울시청), 주영대(경남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지난 27일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탁구 혼합복식 MD 4 결승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첫 메달 안긴 전민재, 첫 金 따낸 김정빈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첫 메달을 선물한 선수는 육상 전민재 선수다. ‘스마일 레이서’로도 불리는 전민재 선수는 2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T35 200m 결선에서 31초2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28초17의 기록을 세운 중국의 스이팅 선수가 차지했으며, 전민재 선수와는 3초10 차이였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선수는 사이클 종목의 김정빈 선수다. 첫 메달을 획득한 날 첫 금메달도 함께 나왔다. 

김정빈 선수는 같은 날 중국 항저우 CSC 벨로드롬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시각장애(MB) 4000m 개인 추발에서 말레이시아의 하즈완 선수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정빈 선수가 출전한 탠덤 사이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조를 이뤄서 경기하는 종목이다. 앞쪽에는 비장애인 파일럿이 자리해 핸들을 조작하며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한 종목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 더욱 뜻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보치아도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보치아 대표팀은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보치아 대표팀은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2개나 따냈다. 서민규(경기도보치아연맹) 선수와 김도현·정소영(충남장애인보치아연맹) 선수가 출전한 대표팀은 27일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보치아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8-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정호원(강원도장애인체육회) 선수와 강선희(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 선수는 같은 날 출전한 보치아 혼성 페어BC3 결승전에서도 홍콩을 7-2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도 있다. 바로 양궁 혼성 W1 복식이다. 김옥금(광주광역시청) 선수와 박홍조(서울시) 선수로 이뤄진 혼성 복식조는 양궁 혼성 W1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을 144대 141로 눌렀다. 

이들은 106대 107로 1점 뒤쳐진 채 마지막 4엔드에 임했지만, 마지막 엔드에서 38점을 쏴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양궁이 따낸 역사적인 첫 번째 금메달이기에 더 의미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이정호(강원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지난 25일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보치아 남자 BC2 개인전 준결승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는 모습. 정소영(충남장애인보치아연맹) 선수가 같은 날 보치아 여자 BC2 개인전 결승에 진출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왼쪽부터) 이정호(강원장애인체육회) 선수가 지난 25일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보치아 남자 BC2 개인전 준결승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는 모습. 정소영(충남장애인보치아연맹) 선수가 같은 날 보치아 여자 BC2 개인전 결승에 진출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신체조건 관계 없이 누리는 기쁨

이번 항저우 장애인 아시아게임의 슬로건은 ‘마음이 만나 꿈이 빛나다(心相约, 梦闪耀 Hearts Meet, Dreams Shine)’이다. 슬로건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냈다. 

특히 26일 장애인 수영의 이인국(스포츠등급 S14·안산시장애인체육회) 선수는 이번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과 함께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인국 선수는 남자 접영 100m 결선에서 57초8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골인 지점에 도착했다. 일본의 마쓰다 안쿠 선수도 그와 같은 기록으로 결승선에 닿아 공동 금메달이 확정됐다. 

이인국 선수가 접영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동시에 신기록까지 세운 까닭에 감동은 두 배가 됐다.

2022년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은 22일부터 28일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팀은 당초 목표로 했던 결과인 종합순위 4위를 달성했다.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장애인 국가 대표들과의 치열한 경기를 통해 이끌어낸 피와 눈물의 결과다. 

이들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종목의 정상을 향해 그 누구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스포츠는 신체·정신 건강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동료애, 자기효능감, 성취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활동이다. 우리는 스포츠를 직접 즐기거나 혹은 관람하면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삶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번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은 신체 조건의 다양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스포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 여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가슴에 깊이 남을 것이다.

승패를 떠나 한계 없는 도전을 보여준 이들 모두가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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