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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사실상 정책 철회 소상공인·프랜차이즈 “환영”..종이빨대 업체들 ‘줄도산’ 위기

[공공돋보기] 혼란만 남긴 일회용품 규제

2023. 11. 17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일회용품 규제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 관련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의 사용을 계속 허용하기로 하면서다. 

정부의 사실상 정책 철회를 두고 외식업계와 카페 현장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지만, 종이빨대를 제조·판매하는 또 다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한 상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7일 종이빨대 업체들로 구성된 ‘종이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가칭)’에 따르면 회원사 기준 현재 종이빨대 재고량은 1억4000만개이며, 회원사 외 미참여 업체까지 더하면 재고량은 약 2억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회원사 기준 월 생산량은 약 2억7000만개이지만, 플라스틱 빨대 금지 계도기간 연장 발표 후 현재 생산 기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종이빨대 판로마저 막혀 대부분 중소기업인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모두 떠안고 있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정부에 긴급 자금 지원과 함께 판로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기 철회와 종이빨대 제조 및 판매업체의 생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국내 종이빨대 제조·판매 소상공인들은 판로가 끊기고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업체가 줄도산하고 산업이 무너지면 나중에 품질이 낮은 수입산 빨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국민 건강만 위협받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이빨대 업체들의 이 같은 호소는 이달 7일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계획 철회 이후 지속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한 이후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식당 및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사용을 제한해 왔다. 

당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고려해 1년 계도기간을 부여했으며, 이 계도기간은 이달 23일자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며 1년 만에 말을 바꿨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배경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꼽았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빨대와 생분해성 빨대 등을 사용해왔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종이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이어졌다는 점이 반영됐다. 

또한 일부 사업자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이 2.5배 이상 비싼 종이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등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기 철회와 종이빨대 제조 및 판매업체의 생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종이빨대 제조업체 대표 등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무기한 연기 철회와 종이빨대 제조 및 판매업체의 생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소상공인들과 프랜차이즈 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논평을 내고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소공연은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는 그에 필요한 기반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일부 품목의 사용을 허용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큰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장기간 지속 중인 3고(高) 현상과 인력난, 비용부담,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 종료 시 현장의 큰 경영애로와 혼란이 예상됐다”고 했다. 

협회는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종이빨대 또는 생분해성 빨대, 드링킹 리드 등 각종 대체품 개발·도입시 2~4배의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효과성 또한 아직 확실하게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종이컵 또한 머그컵으로 대체시 피크타임 때 세척을 위한 추가인력 확보 부담, 고객 불만으로 인한 분쟁 발생 등 가맹점 현장의 부담도 매우 컸다”고 덧붙였다. 

탈(脫) 플라스틱 정책은 문재인정부 때부터 이어진 국정과제로, 현 정부도 ‘일회용품 사용 감량 지속 확대’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일회용품 제로’ 정책을 사실상 1년 만에 철회하면서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의 정책 후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설비를 확충하고 생산량을 늘린 종이빨대 생산 업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종이빨대 업계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체들의 신뢰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핑계 뒤에 숨어 또 다른 소상공인들을 도산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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