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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간 유예 공식화..찬반 양론 ‘팽팽’ “준비 부족” vs “안전 방치”..법 시행 때 혼란 없도록 대비책 필요

[공공돋보기] 다시 불붙은 중대재해법

2023. 12. 08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시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이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까지 전면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안전관리 사각지대 방치하고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

특히 당정이 ‘2년 유예’ 카드를 꺼내들면서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의 노조법 거부권 행사로 경색된 노정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 분위기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당정,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공식화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내년 시행 예정인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기로 뜻을 모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법 제정 이후 지난 3년간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등 지원했으나, 80만여개에 달하는 대상 기업이 충분히 준비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정은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조속히 법사위에서 상정·논의되도록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재해 예방, 인력 양성·활용 지원, 기술·시설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범정부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적극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은 안전 확보 의무 등을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도입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2024년부터 시행하도록 유예 기간을 뒀다.

이처럼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을 앞둔 상황에서 당정이 2년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 

정부와 여당, 중소기업계 등은 현재 어려운 경영 상황을 고려해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대재해법 2년 유예 법안이 1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정책위의장은 “소규모 사업장들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을 시행하면 범법자만 양산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 결국 근로자가 피해를 본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4개 단체는 5일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필요성을 국회에 호소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중소기업 대표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을 실시, 총 5만3925명이 참여했다는 결과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을 시행하면, 소규모 사업장은 기업 운영을 포기하거나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높다”고 했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범법자 양산 우려” vs “노동자 목숨 담보”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산재 사망사고 절반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고, 위험관리 수준도 더 열악해 중대재해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사과 등을 전제로 조건부 합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유예를 논의 조건으로 ▲정부의 공식사과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이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공개 입장 표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정이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공식화한 이후 노동계의 규탄 목소리를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최근 ‘노랑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권(거부권) 행사로 노정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까지 거론되자 노동계 반발이 극에 달한 것.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와 집회 등을 잇따라 열면서 유예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는 임기 내내 중대재처벌법을 무력화 해왔던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전체 중대재해 사망자 중 80%에 해당하는 50인(억)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중대재해법 전면 적용 유예는 계속해서 5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이라며 “노조법 2·3조 거부권에 이어 중대재해법 전면적용 추진까지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단순히 사람 수로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 사업장에 국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도록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균 사건’ 원청 무죄..산안법 한계 지적

중대재해법은 시행 배경에는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당시 24세) 사망사고가 있다. 

기존에 있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현장 근로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다.

특히 전날(7일) 김용균씨 사고 발생 5년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을 두고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김용균씨를 숨지게 한 혐의(산안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하청업체 임직원 13명에 대해 검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는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1·2심은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 설정과 승인 역할일 뿐 현장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있다고 본 것.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가 인정된 이들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이 같은 판결 직후 양대노총은 “대법원 선고는 산안법 처벌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고 일갈하며 “이제라도 김용균씨와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있다. 당정은 법 개정을 위해 민주당 측의 협조를 구하고,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향후 법 시행 때 혼란이 없도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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