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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 감정노동 ‘위험’ 수준 정신적 피해 및 조직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 3년간 지자체에 욕설 등 특이민원 7만건 접수 기관차원 적극 대응, 매뉴얼 개선 등 대책 필요

[공공돋보기] 악성민원에 멍든 공무원

2023. 12. 1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지목된 가운데 관련된 실태 조사가 연이어 발표됐다.

조사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민원 처리 담당자들은 성희롱·폭언·협박 등의 ‘특이민원’을 연 평균 2만건 이상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무원이 직면하는 특이민원 중 폭언·욕설은 매년 7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이 알려지며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대성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폭행, 폭언 등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2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대성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폭행, 폭언 등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중앙기관 공무원 감정노동 ‘위험’ 수준

인사혁신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공무원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감정노동이란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 채 고객이나 회사의 입장에 따라 표정이나 몸짓, 말투 등을 연기하며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올해 8월28일부터 9월8일까지 공무원인사관리시스템(e사람) 등을 활용해 진행됐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관계자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하는 등 감정적 어려움의 정도를 측정하는 ‘감정부조화’ 분야에서 여성은 10.1(정상 3∼7), 남성은 9.4(정상 3∼6)를 기록했다.

감정노동의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무리한 요구로 업무 방해(31.7%)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제보·신고(20.5%) 등이 꼽혔다.

또한 감정노동에 따른 영향으로는 ▲직무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33.5%) ▲업무 몰입·효율성 저해(27.1%) 등이 지적됐다. 악성 민원은 공무원에게 정신적 피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조직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하지만 공무원들은 감정노동 대응 방법으로 외부 지원을 받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46.2%)하거나 조직 내 구성원의 도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외에 지자체 민원 처리 담당자들의 고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달 7일 발표한 ‘지방자치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실태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지자체에 접수된 특이민원은 총 7만9904건이었다. 연 평균 2만6635건이 특이민원으로 나타난 셈.

특이민원이란 ▲행정기관의 민원처리 결과에 불만을 갖고 지속적으로 유사하게 민원을 제기해 고의적으로 담당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민원 ▲성희롱·폭언·협박·폭행·점거·장기시위 등 불법 또는 부당한 행태의 민원 등을 의미한다. 

관악구청 민원 담당직원이 지난 4월 서울시 관악구청 민원실에서 휴대용 영상 촬영 장비 ‘웨어러블 캠‘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관악구청은 악성 민원인으로 부터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용 영상 촬영 장비인 웨어러블 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관악구청 민원 담당직원이 지난 4월 서울시 관악구청 민원실에서 휴대용 영상 촬영 장비 ‘웨어러블 캠‘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관악구청은 악성 민원인으로 부터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휴대용 영상 촬영 장비인 웨어러블 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지자체 접수 ‘특이민원’ 연 2만건 훌쩍

특히 공무원이 직면하는 특이민원 중 폭언·욕설은 매년 7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3년간 성희롱은 944건 발생해 1.2%의 발생률을 보였다.

보고서에는 전국 시군구 공무원 노동조합 연맹 조합원 1873명을 대상으로 올해 8월21일부터 25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담겼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원처리 담당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보호장비나 조치는 녹음전화(59.7%), 민원창구 투명 가림막(58.5%), CCTV(55.8%), 비상벨(48.3%), ARS 음성 안내(47.9%) 순이었다.

그러나 투명 가림막, 민원인의 방문목적 외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는 차단시설을 제외한 다른 조치에 대해서는 제공받고 있더라도 유용하지 않다는 답변이 많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공무원은 “상급자가 일을 커지게 만들기 원치 않거나, 경찰이 별것 아닌 일로 출동했다고 타박을 놓는 등의 문제가 있어 비상벨을 누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증거수집장치를 입·출고하고 사용할 때마다 기록을 남겨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증거 수집장치의 경우 폭언·위협 등이 일어난 이후 녹화·녹음 사실을 고지하고 사용해야 해 특이민원 대응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사용이 어렵다”며 “민원인의 태도가 변화하는 경우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민원 처리 담당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고소·고발에 대한 기관차원의 적극 대응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특이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해 기관차원에서 엄정 대응토록 하는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민원 대응지침‘을 준수하고, 전담대응팀이 소송 등에 적극 대응했는지를 민원서비스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국가직 공무원 9급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4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직 공무원 9급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4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매뉴얼·대응지침, 현실과 괴리 있어

아울러 악성민원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매뉴얼과 대응지침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사를 통해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과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민원 대응지침’의 인지 여부 및 내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인지도가 낮거나 인지하고 있더라도 열람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홍보 부족으로 매뉴얼·대응지침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음’이 가장 높은 응답(매뉴얼 48.1%, 대응지침 60.5%)을 얻었다. 

매뉴얼·대응지침을 읽은 경우에도 이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실제 상황에 활용하기 쉬운 대응 방식 제공’과 ‘숙지가 용이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던 것.

설문조사에 응한 한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들은 민원응대 매뉴얼이 통하지 않는다”며 “또한 많은 공공기관에서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조치 ARS 안내나 음성녹음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악성민원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매뉴얼·대응 지침에 제시된 대응 방안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체감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에 민원 처리 담당자의 매뉴얼·대응지침에 대한 인지도와 숙지도를 높히기 위해 홍보·교육을 강화하고, 대응지침의 내용을 반영한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MZ세대 새내기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 가속화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수직적 조직문화와 획일화된 업무 체계 외에도 악성 민원 문제가 이 같은 인재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젊은 인재들의 공직사회 기피는 장기적으로 행정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악성 민원인들로 인한 고충은 국민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보다 세심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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