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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봄 흥행:근현대사 조명→역사 바로알기 선순환

[공공story] 과거와 현재의 대화

2023. 12. 18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를 보고 이건 꼭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일단 황정민 배우의 파격적인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보기만해도 실존 인물이 떠올라서 뭔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었어요. 12·12 군사 반란은 큰 틀만 알고 있었지 그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몰랐는데, 영화를 통해 과정을 알고 나니까 더욱 화가 나더라고요.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의 추악한 만행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올뻔 하기도 했어요. 최근 과거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TV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서울의 봄’을 본 후 인터넷을 검색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요.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과 주변 인물들을 공부하고, 또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행적도 찾아보게 됐죠. 진실을 알면 알수록 화가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것도 우리나라의 역사인데... 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다시는 불행한 일들이 반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여·37·서울 영등포구)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이후 침체기를 이어가던 극장가가 최근 들어 모처럼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이 바로 그 주역으로,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2·12 군사 반란의 내막을 담은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조합한 영화인 ‘서울의 봄’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본격 고혈압 영화’라고 평가한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가 났다는 관람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무지함을 꾸짖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건의 굵직한 면면은 알아도, 그 내막까지는 제대로 몰랐던 이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셈이다. 

# 100만 향한 분노의 질주 ‘서울의 봄’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4주 차 주말인 15일부터 17일까지 121만184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894만1098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대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미 개봉 12일 만에는 손익분기점(46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12·12 군사 반란을 전면에 다룬 첫 영화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극장 3사의 관람객 평점은 9점대 후반의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인 서울에서 발생한 신군부 세력의 군사 반란을 재조명했다. 1979년 12월 12일 저녁부터 13일 새벽까지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이를 막고자 하는 이들의 숨 가쁘고 치열했던 9시간의 기록을 담았다.

배우 황정민이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을 맡았고, 정우성은 전두광과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맞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태신 장군(실제 모델 장태완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역을 맡았다.

이날 작전명은 ‘생일집 잔치’. 전두환,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 소속 주요 지휘관들은 군부 내 주도권 장악을 위해 당시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연행하고 최규하 대통령을 협박해 사후 승인을 받아낸다.

당초 최규하 대통령은 먼저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올 것을 요구하며 육군참모총장 체포에 대한 재가를 거부했다. 사건 당일 한미연합군사령부로 몸을 피했다가 이후 하나회에 붙잡힌 국방부 장관은 압력에 의해 정승화 체포동의안에 서명했고, 최규하 대통령도 끝내 체포를 재가했다. 

특히 최규하 대통령은 체포동의안에 재가 시간과 날짜를 남겼다. 12월 13일 오전 5시10분이라고 적어 정승화 총장이 체포된 후 이뤄진 ‘사후 승인’임을 명시한 것.

정권이 바뀐 뒤 대법원은 1997년 내란죄 및 반란수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한 바 있다. 

이때 최규하 대통령의 사후 승인 명시가 전두환과 노태우 등 하나회 구성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이용객들이 몰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이용객들이 몰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알면서도 불편한 그 이름 ‘역사’

‘서울의 봄’은 관객들의 분노를 유발하면서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참 잘 만들었지만, 참 불편한 영화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12·12 군사 반란 시절을 직접 겪은 기성세대들과 교과서를 통해 배운 MZ세대 모두 “울화가 치민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영화 속 악행을 저지른 이들은 현실에서 승승장구하며 천수를 누린 반면, 악행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들은 고문과 불명예제대, 강제 예편 등으로 군에서 쫓겨나거나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기도 했다.

‘역사가 곧 스포’라는 말이 있듯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기에, 그리고 그것이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 탄식과 분노를 더욱 자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소재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 등이 그 시절을 생생하게 묘사해 몰입도를 높인 점도 흥행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영화의 인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공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영화를 다시 보는 ‘N차’ 관객들부터 서적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하지만, 허구가 가미됐다.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관객들이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아 자칫 잘못된 역사를 학습하게 될 우려가 있는데, 영화가 공부할 계기를 마련해주면서 오류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교과서에서 두루뭉술하게 서술된 어려운 역사를 문화 활동을 계기로 바로 알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고난 후 현대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실제 사건에 대해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등 다양한 후기를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제대로 알아야 되풀이 막는다

우리나라의 영화 스토리는 대부분 ‘권선징악’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이 승리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울 수 있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연기를 너무 잘한 탓일까. 악역을 맡은 배우들은 관객들과 만난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단지 연기일 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그날’ 반란을 일으킨 역사 속 인물들인데, 정작 그들은 말이 없다.

더욱이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국민 학살을 주도한 인물은 천수를 누리고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이처럼 아직도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에서 ‘뒷목 잡을 소재의 잘 만든 영화’를 본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것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점이다. 

‘서울의 봄’을 향한 뜨거운 호응은 단지 연기를 잘하는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인기를 주도하는 2030세대들은 12·12 군사 반란을 경험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열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내용들을 영화에 담으면서 스마트폰 등으로 유튜브, OTT 서비스 이용을 선호하는 젊은층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뻔한 소재가 아닌 12·12 군사 반란과 전두환을 소재로 한 첫 영화는 2030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충격과 분노는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굳이 애써서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서 또 다른 역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쉽게 들춰내지 못했던 어두운 현대사. 꽁꽁 숨겨왔던 이야기와 잊혀질 뻔했던 인물들.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아야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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