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돋보기

강동구 병원서 음주상태로 수술한 의사 적발 취한 채 의료 행위 해도 형사처벌 근거 없어 처벌 법안 여러번 발의됐지만 번번이 폐기돼 10년 째 반복된 문제..치열한 논의 필요 시점

[공공돋보기] 비틀거리는 의사 윤리

2024. 01. 19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술을 마신 의사의 ‘음주 의료 행위’ 문제가 재차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의사가 취한 상태에서 환자를 수술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의료인을 형사처벌할 근거가 없어 논란이 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

과거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의료인의 ‘취중 진료’가 사회적 문제로 지목됐지만 관련 법 개정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의 음주 진료를 의사 윤리에만 의존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10여년 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 음주 의료행위 형사처벌 근거 없어

19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경 강동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음주 상태로 환자의 얼굴 상처를 꿰맨 수술을 한 의사 A씨가 적발됐다.

수술을 마친 환자가 “수술한 의사가 음주상태인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A씨의 음주 상태가 확인됐다. A씨는 “저녁식사를 하다가 맥주를 한 잔 마셨다”며 음주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입건하지 못하고 관할 구청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기만 했다. 현행법상 의료진이 음주 상태로 의료행위를 했을 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까닭이다. 

현행 의료법 제66조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의사의 의료행위가 의료사고로 이어졌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처벌될 수 있지만, 과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음주 의료 행위 문제가 이슈로 부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주치의가 음주 상태로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1년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치의의 음주 수술로 뱃속 아이를 잃었다’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당시 자신이 제왕절개로 쌍둥이(딸1·아들1)를 출산할 예정이었지만, 늦은 밤 모습을 드러낸 주치의가 만취 상태로 수술을 했고 결국 아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임산부 가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해당 의사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였다.

주치의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지방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하고 술을 마셨다며 “그래요, 한 잔 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 음주 의료 처벌법, 발의 후 폐기 반복

그간 국회에서는 음주 의료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되긴 했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10여년 전인 2014년 12월, 이찬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료인이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항목을 신설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인천의 한 병원에서 전공의가 음주 상태로 수술장갑을 끼지 않고 아이에게 봉합수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발의된 법안이었다.

이 전 의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의 음주 진료를 의사 윤리에만 의존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 취지를 전했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는 성명서를 내고 ‘황당한 법안’ ‘인기영합주의’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9년에는 인재근·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주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정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같은 해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를 서던 전공의가 술을 마시고 미숙아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저혈당 쇼크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같은 해 7월 성명서를 내고 “반드시 강제해야 할 사항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사회적 합의 없이 오로지 법제화로만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인 해결책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음주’로 인해 전문적 직업인을 처벌하는 입법례는 전혀 없다”며 “음주로 인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공무원들의 공무활동 등 모든 공공성을 띠는 직종에 대해서도 음주에 관한 처벌조항을 새로이 규정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결국 두 법안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음주 의료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10여년 째 반복되고 있는 것.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음주 의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 등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10년 전과 같은 태도로 이 문제를 대한다면, 10년 뒤에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