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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전통과 현대 新풍속도→익어가는 가족의 의미

[공공story] 한 살 더 먹기

2024. 02. 0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얼마 전 엄마 환갑을 맞아 고향에 다녀왔어요. 사실 그 이유로 2주 후인 올해 설 명절에는 고향에 안 가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고속도로도 너무 막히고 고생길이 훤하잖아요. 그래서 명절에 혼자서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고향에 다녀온 뒤 마음을 돌렸어요. 부모님께서 아쉬워하시는 모습도 그렇고, 평소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명절 때나 돼야 부모님을 찾아뵙는데 그새 많이 늙으신 모습을 보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커졌죠. 어릴 때에는 잘 몰랐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니 결국 제 곁에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가족뿐이더라고요. 비록 나흘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과 함께 뜻 깊은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여·35·서울 관악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꼽히는 설날은 바쁜 일상 속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가족들, 따뜻한 떡국, 세배와 덕담 그리고 세뱃돈까지. 설날 아침의 풍경만 생각해도 그 온기와 정겨움 때문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특히 핵가족 시대에서 1인 가구 시대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설날은 더욱 특별한 시간이자 귀중한 추억이다.

# 새로운 한 해의 시작

한국에서 중요한 문화적 이벤트인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면서 거리두기, 모임 인원 제한 등으로 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는 것이 힘들었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전화나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으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고, 그만큼 애틋함은 더 커졌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 이제는 가족들과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코로나 시기를 겪은 많은 사람들은 거리두기에 익숙해졌으며, 핵가족 시대를 넘어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면서 명절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가족의 의미가 약해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시대적 변화로 고향을 찾아 가족·친척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연휴 기간 여행을 계획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뜻 깊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에 일이나 학업 등 여건상 고향에 가지 못하거나 자의로 ‘혼설’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독거 어르신 등 일부 취약계층은 어쩔 수 없이 홀로 쓸쓸한 명절을 맞이한다. 

누군가에게는 설레고 반가운 날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혼자가 익숙해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추운 겨울날일 뿐인 셈이다.

때문에 설 명절 시즌에는 소외되는 이웃이 없이 모두가 풍요롭고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기업들과 지역사회는 앞다퉈 명절 음식 꾸러미를 전달하고 봉사활동, 성금 및 물품 기부 등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설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나눔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얼어붙은 몸과 마을을 녹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따뜻한 가족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민족 대명절에 전하는 온정의 손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시대 따라 변하는 명절 풍속도

이런 가운데 20대를 중심으로는 올해 설에는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하겠다는 ‘혼설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18일까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계획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이 51.2%로 절반을 넘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19%포인트)

‘고향이나 부모님 댁, 친척 집을 방문하겠다’는 답변은 31.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추석 설문 당시 ‘고향 방문’이 1위(46.0%), ‘집에서 쉬겠다’는 답변이 2위(30.0%)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

아울러 이번 설 연휴가 길지 않은 탓에 여행을 떠나겠다는 응답은 14.3%(국내 9.1%·해외 5.2%)로 지난 추석 연휴(22.4%) 때보다 낮았다. 

대신 당일치기 나들이(14.1%)나 지인·친구 모임(11.4%), 호캉스(5.2%) 등 짧은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활동들의 응답이 다양하게 나왔다. 

반면,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가족들과 친척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1~5년차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결과다.(표본오차 80% 신뢰수준에 ±2.03%포인트)

가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2.4%는 ‘차례를 지내지 않더라도 가족·친지를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가연 측은 “지난해 설 미혼남녀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행 및 휴식을 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이번 결혼 5년차 이하 기혼남녀들의 설날은 가족과 함께한다는 답변이 대다수”라며 “예전보다 차례를 지내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면서도, 기혼자들에게 아직 명절 의미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KB국민카드가 설날을 맞아 고객 패널 ‘이지 토커’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어른에게 세배를 올리고 가족과 함께 떡국을 먹는 등 전통적인 풍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400명 중 응답자 58%는 ‘설 연휴 기간 가족과 친척집에 방문 계획이 있다’고 말했고, ‘설날 웃어른께 세배한다’와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는 응답자는 각각 77%, 78%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 변함없는 가족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가족 구성원이 핵가족화 된 지 오래. 특히 1인 세대의 경우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세대(2391만4851개) 중 1인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2%(993만5600개)에 달한다. 독거노인과 미혼 싱글 등이 갈수록 늘어난 영향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시대의 변화는 다양한 신(新)풍속도를 낳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설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

전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성묘와 세배 등은 익숙한 풍경이 됐고, 차례와 제사도 간소화되고 있다. 또 명절에 한 자리에 모이는 가족과 친척들의 수도 줄어들면서 많은 양의 명절음식 역시 직접 만들기보다 한끼 정도의 완제품을 구입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그러나 시대와 문화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의 의미와 그 상징성이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고 개인주의 문화가 정착된 요즘이지만, 가족은 우리 삶에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큰 중요성을 지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할 준비가 돼 있는 관계,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휴식처다.

명절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설날은 묵은 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을 기리는 명절이다. 적어도 이날 만큼은 복되고 탈없는 한해를 기원하며 나의 가족에게 한없는 사랑을 내어주는 날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갑진년(甲辰年)’ 설날. 소중한 가족들과 한날한시,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건 적어도 지난 1년 가족 모두 건강함과 평온함 속에 모두가 무사히 잘 살아주었다는 안도감이자 감사함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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