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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성어기’ 어선 전복·침몰 잇따라..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 발생 해수부, 위기경보 ‘경계’ 발령..KOMSA도 특별대책 안전본부 가동 환경 요인+적재 불량 등 人災 가능성..경각심 제고, 예방책 재정비

[공공돋보기] 파도가 삼킨 만선의 꿈

2024. 03. 21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조업 활동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봄철 ‘성어기’를 맞아 전국에서 어선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어선이 전복·침몰하며 선원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인명사고가 이어지며 비상이 걸린 상황.

바다 황금어장에서 만선의 기쁨을 꿈꾸며 떠난 어선들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로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자연적 요인도 있지만, 과도한 적재나 적재 불량 등 인재(人災) 요인도 거론돼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항해양경찰서가 지난 17일 오전 2시44분께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동쪽 120㎞ 해상에서 전복된 9.77톤급 홍게잡이 어선의 조난신고를 접수 받고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포항해양경찰서>
포항해양경찰서가 지난 17일 오전 2시44분께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동쪽 120㎞ 해상에서 전복된 9.77톤급 홍게잡이 어선의 조난신고를 접수 받고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포항해양경찰서>

◆봄철 ‘성어기’ 잇단 어선 사고

21일 해경에 따르면 전날(20일) 오전 7시55분께 독도 남동쪽 72㎞ 인근 해상에서 승선원 12명이 탄 90톤급 어선에서 외국인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된 선원은 20대 외국인으로, 투망 작업을 하던 중 파도에 휩쓸리면서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에는 오전 2시44분께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동쪽 120㎞ 해상에서 선장과 선원 등 6명이 탄 9.77톤급 홍게잡이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났다. 당시 승선원 6명 중 5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실종 상태다. 

경남 통영에서도 어선 전복 사고가 잇따르며 해경이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14일 통영시 욕지도 남쪽 방향 8.5㎞ 인근 해상에서 139톤급 쌍끌이 저인망 어선이 침수됐다. 해당 어선에는 한국인 4명과 외국인 7명(베트남인 1명·인도네시아인 6명) 등 총 11명이 타고 있었다. 외국인 선원 7명은 구조됐으나, 기관장 등 한국인 4명 모두 숨졌다. 

또한 9일 오전 6시29분께 통영 욕지도 남쪽 약 68㎞ 해상에서 제주 선적 20톤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7명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으며, 한국인 1명과 인도네시아인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5명은 실종됐다. 

이처럼 어선 사고가 끊이지 않자 당국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내달까지 해양안전 특별대책 본부를 가동해 해양사고 예방에 역량을 집중해 성어기 어선 안전 등 해양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도 18일 어선안전 특별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하고,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이고 광범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최근 주재한 어선 사고 관련 ’특별경계 강화기간 점검회의’에서 행정안전부, 해양경찰청 외에 11개 연안 광역 자치단체, 해양수산부의 동·서·남해 어업관리단과 수협 어선안전조업본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에 기관별 조치사항 이행 협조를 요청했다. 

어선 침몰·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기상 특보 발효 예상 시 출항제한, 안전 해역으로의 이동 및 대피명령 발동 ▲기상특보 시 15~30톤 어선의 선단 조업 관련 조건 준수 ▲만재흘수선 초과 등 어구·어획물 과적 적극 단속 ▲승선원 신고사항의 철저한 점검과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위치발신장치 신호 소실 시 초동 대응 철저 ▲기상 특보 시 구명조끼 미착용 단속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업하는 가운데 안전이라는 대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철저한 지도·감독과 단호한 법집행으로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묵인돼 오던 것들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다 위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는 사망에 이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무엇보다 안전관리에 철저해야 하지만, 그러나 잘 지키지 않는 관행과 어민들의 안전불감증 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종합상황실에서 어선사고 관련 특별경계 강화기간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종합상황실에서 어선사고 관련 특별경계 강화기간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환경적·인적 요인..안전불감증 수면 위 

이런 가운데 14일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침몰 사고 원인도 적재 불량에 따른 선박 복원력 상실로 추정돼 안전불감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

통영해경에 따르면, 선박은 사고 당일 평소보다 많은 양의 어획물을 포획했다. 20kg들이 상자 기준 약 2000상자, 40톤 상당이다.

해당 선박은 어획물을 그물째 선미에 올려둔 상태로 이동하던 중 선미(뱃머리)가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어획물은 어창에 보관해야 하지만 어획물을 갑판에 쌓아두면서 무게중심이 쏠려 복원력을 상실했다는 설명. 

139톤급 선박 적재량은 20kg 상자 기준 4800상자로 과적은 아니다. 다만, 오전 6시 시작되는 수협 위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획물을 어창에 보관하지 않고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한 막을 수 있었던 ‘인재’ 성격을 띄고 있다.

선박 전복 사고는 특히 어선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MSA가 지난해 9월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분석해 발표한 ‘2018~2022년 선박 전복 사고’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복 사고 선박은 총 480척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58.5%(282척)가 어선으로 집계됐다. 

어선 중에서도 연안어업선이 63.1%(178척)로 가장 자주 발생했으나, 치사율은 근해어업선이 사고 선박 1척당 2.16명으로 가장 높았다. 

분석 결과 근해어업선 전복 사고의 높은 치사율은 원거리 조업과 나쁜 기상 상황이 ‘구조 골든타임’을 늦췄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통상 근해어업선은 육지에서 사고 발생 해역까지 거리가 다른 선박보다 약 6.4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많은 어선 전복 사고가 풍랑경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된 해상에서 ‘과도한 적재’로 선박의 복원력이 저하돼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KOMSA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해양사고 재결서 2330건에서 전복 사고와 관련된 단어들의 빈도수를 세어 상위 키워드를 산출한 결과, 전복 사고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횡경사(선박이 가로로 기울어진 정도) ▲복원성(바다 위 선박이 기울어지지 않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힘)의 상실 ▲기상 악화 등이 두드러졌다.

인적 요인으로는 ▲적재 불량 ▲부적절 ▲관리소홀 등이 자주 언급됐다.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일제히 출항하고 있는 어선들. <사진=뉴시스>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일제히 출항하고 있는 어선들. <사진=뉴시스>

◆경각심, 예방대책 재정비 필요   

KOMSA는 전복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선 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 9월1일부터 어업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어획물 적재 가이드’를 어선별로 제작해 보급했다. 

이밖에도 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조업 시 과적 및 과승 금물 ▲출항 전 기상예보 확인 ▲출항 후에도 날씨가 악화하면 신속히 피항 ▲갑판 위 화물이나 어획물은 단단히 고정할 것 ▲만선, 만재 시에는 급선회 자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어선 전복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안전에 대한 느슨해진 경각심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상 기후, 수산자원 고갈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민들의 무리한 조업도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해수부 등 관계당국은 철저히 지도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어선 사고에 대한 예방대책 부실을 꼬집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대책에 구멍은 없는지 다시 살피고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무리한 조업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최근 기후변화 상황 등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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