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에세이집 발간 일주일만에 재판 발행
KBS 대표 시사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봉두완입니다〉 등 다수 연출
뉴욕 라디오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부문 동상 수상 등 풍부한 경륜 갖춰

현역 PD로 자전적 에세이집 'PD가 된 땅끝 소년'을 발간한 김병진 PD. 사진=공공뉴스DB
현역 PD로 자전적 에세이집 'PD가 된 땅끝 소년'을 발간한 김병진 PD. <사진=공공뉴스DB>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현역 KBS라디오 PD가 수필집을 내고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병진 PD는 지난 10월 ‘2021 한국수필’ 10월호에 ‘돼지 이야기’, ‘초가집’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자신의 유년시절 소회를 담은 자전적 수필집 ‘PD가 된 땅끝 소년’을 발간, 각종 인터넷 신간 순위 상위권 점령에 나섰다.

실제 그의 수필집 ‘PD가 된 땅끝 소년’은 발간 직후 YES24 휴먼에세이 부문 11위,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 65위에 오르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발간 일주일만에 재판을 발행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주고 있다.

김 PD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 두륜산 기슭에서 태어나 해남중학교, 광주 광덕고등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상명대 디지털이미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상명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김 PD는 대학 졸업 직후 KBS에 PD로 입사해 당시 KBS 라디오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봉두완입니다〉를 연출하는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연출했으며 뉴욕 라디오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부분 동상을 비롯해 한국방송프로듀서협회 작품상 등 다수의 연출상을 수상한 베테랑 PD로 손꼽히기도 한다.

다음은 수필집 ‘PD가 된 땅끝 소년’을 발간한 김병진 PD와의 일문일답. 

▲ 현역 라디오 PD이면서 수필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 초등 분교를 졸업할 때까지 두메산골을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다. 언젠가 읍내 5일장에 어머니를 따라 머리를 깎으러 갔다가 어머니가 나를 두고 잠깐 다른 데 나가자 엉엉 울었다. 아무도 없는데 버려진 듯한 공포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뒷동산에서 싸리나무를 꺾어 빗자루를 만든 후 자매결연을 맺은 읍내학교에 선물했던 이야기, 어린 나이에 모내기를 하다가 거머리에 물려 피가 줄줄 흘렀던 이야기를 하면 가족들은 물론 주변 동료들은 동막골 같은 데서 온 사람쯤으로 생각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나마 자주 하면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로 써서 남기면 언젠가 보지 않겠나 싶었다.

또 나와 같은 또래 PD 중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 거의 없으니 세월이 흐르면 중요한 기록이나 문학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 간단히 수필집 소개를 하자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던 고향 해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모두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총 40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30편은 주로 두메산골 소년이 겪은 유년시절 이야기이고 나머지 10편은 읍내를 나가 본 적이 거의 없던 산골 소년이 읍내 중학교에 진학하며 겪은 문화적 충격과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적은 것이다.

▲ 수필집 중간에 적지 않은 사진이 포함돼 있던데. 

오래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미국에 1년간 연수를 다녀온 후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에서 비주얼저널리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진을 기본으로 한 통합콘텐츠학과로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인 양종훈 교수님이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또한 양 교수님이 한국사진학회장이어서 내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독자들께서 수필을 읽으면서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책을 읽을 때 글자만 있으면 피로감을 느끼는 일이 많았던 경험을 살려 일단 찍으러 갔고, 출판사에 넘겨주었더니 몇 개를 골라 넣었다.

예전 이야기인 만큼 처음부터 흑백톤으로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전 에세이집 'PD가 된 땅끝 소년'은 발매 직후 관심을 모으며 각종 인터넷서점 에세이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며 발간 일주일만에 재판에 돌입했다. 사진은 자신의 저서 'PD가 된 땅끝 소년'을 들고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김병진 KBS PD. <사진=공공뉴스DB>

▲ 집필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이번 수필집을 쓰면서 괜히 혼자 웃기도 많이 했고, 많이 울기도 했다. 글이란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시간이 고스란히 베어있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수필을 쓰면서 내 자신도 과거 그리웠던 시절, 아팠던 감상들이 그대로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특히 술만 드시면 때리고 싸우는 등 주사가 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한번은 아버지가 술을 먹고 농약을 하다 제초제를 뿌리는 바람에 한여름 파랗던 벼가 벌겋게 변해버린 일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동네 또래 친구들과 냇가에서 멱 감고 물 빠진 저수지 논바닥에서 공 차던 기억 등 즐겁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마치 과거의 기억들이 책속의 흑백사진들처럼 흘러가는 그런 모습들을 느끼며 이번 수필집은 내 자신에게도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큰 숙제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도심의 노란 은행잎이 지는 늦가을이 되면 따뜻한 차 한잔과 옛 친구가 그리워지곤 한다. 나처럼 깊은 산골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향수에 젖고 사람이 더 그립다.

비록 서툰 글이지만 이번 나의 책이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이나 도시인들에게는 원시에 가까운 전원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코로나로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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