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지병으로 별세..향년 80세
올해 7월까지 320쇄, 누적 발행부수 148만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각계각층 애도 물결
“도시빈민 현실 다루며 감동 준 최고의 소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

스테디셀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가 지난 25일 저녁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정가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조 작가의 아들인 조중협 도서출판 이성과힘 대표는 “조세희 작가가 지병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타계했다”고 전했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지난 2008년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가진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지난 2008년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가진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인은 1942년 경기 가평군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돛대 없는 장선’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1975년 ‘문학사상’에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뫼비우스의 띠’, ‘은강노동가족의 생계비’ 등의 난장이 연작 12편을 모아서 1978년 그의 대표작인 ‘난쏘공’을 출간했다.

‘난쏘공’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 서울시의 무허가 주택에 거주하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을 묘사했다. 

출간 이후 반세기 가량 꾸준히 읽힌 ‘난쏘공’은 우리 사회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찍었으며 누적 발행부수는 148만부에 달한다.

해당 소설은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81년에는 이원세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영애 씨와 아들 중협·중헌씨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오는 28일 오전 9시 발인이다.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실천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난쏘공’은 산업화와 개발 시대 저임금 노동자, 도시 빈민, 철거민들의 비참한 현실과 불평등을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다루면서도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찌르는 공감과 감동을 준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이라고 평했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표지. <사진=뉴시스, 이성과힘 제공>

이어 “저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의식과 실천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다”며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부연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을 애도했다. 

이 전 대표는 “조세희 작가님은 1970년대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도시빈민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며,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주셨다”며 “서울 어느 곳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젊은 시절의 저도 아픔으로, 분노로 읽던 기억이 새롭다”고 전했다.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도 SNS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난쏘공’에서 제기하고 있는 첨예하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현재성 자체가 30년 동안 독자의 사랑이 지속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30년 전에 조세희는 타자의 상처에 공감하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선명한 문제의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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