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국힘 명예 당대표 맡는 방안 거론
이철규 “가능한 이야기..당정분리론 잘못돼”
천하람 “또 다시 與 용산 출장소 만들건가”
정가 오랜 논쟁거리..민생 위해 힘 활용해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최근 정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명예 당대표를 맡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친윤(親尹·친윤석열)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또 용산 출장소를 만들 것이냐’는 비판적 시선도 나온다. 

3·8전당대회를 앞둔 집권 여당 내에서 당정 관계 설정이 핵심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대통령 명예대표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사진제공=대통령실>

◆親尹 이철규 “당정분리론 잘못돼”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공부모임 ‘국민공감’ 이후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명예대표설’에 긍정적 반응을 표했다. 

이 의원은 “누가 말씀하셨는지 모르지만 가능한 이야기”라며 “당과 대통령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지, 지금까지 당정분리론이라는 게 좀 잘못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대선후보와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로 당정분리론이 나왔던 것”이라며 “집권 여당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집권 여당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선거 당시에 국민께 약속했는데, 그것은 후보 개인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당의 공적 약속”이라며 “그러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당이 같은 방향을 보고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소통하자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겠다”고 부연했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같은 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과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지금 여야 모두 민주정당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당정을 분리하는 그런 추세이긴 하지만, 당과 정부가 어떻게 완벽하게 분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우리 당에서 후보를 내고, 그분이 대통령이 되고 당이 총력 지원을 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되지 않느냐”며 “그래서 당과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명예 당원, 실질적으로 우리 대통령께서 1호 당원이긴 하다”며 “보다 더 밀접하게 관계를 갖는다는, 책임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부연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이준석계 부정적..“용산 출장소 만들건가”

반면 여권 일각에서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비롯한 ‘이준석계’가 대표적이다.

천 후보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대통령 명예 당대표 설’에 대해 “솔직히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보다 스펙트럼이 오히려 넓어야 한다”며 “저희가 80만 당원 정도 되면 당원들의 생각도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대통령의 어떤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여당의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나와줘야 되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당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도 기본적으로 입법부의 일원 아니겠느냐”며 “입법부의 역할은 행정부와 협력하는 것도 있지만 감시하고 견제하는 부분도 있다. 여당을 또 ’용산 출장소’ 만들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당연히 협력하고, 또 도울 부분은 도와야 되겠지만 그것이 ‘대통령의 어떤 방향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코 반대해서는 안 돼’라고 하는 억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설득과 토론, 타협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천 후보와 함께 ‘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역시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총선 공천 개입 등 구체적인 당무개입은 절대 안 된다고 못박았다. 

김 후보는 “‘명예대표’의 개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주역이니 보수정권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 개입 등 구체적인 당무개입은 꿈이라도 꾸면 안 된다”며 “대통령께서 공천까지 개입하시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교보재로 두고두고 쓰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은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궤를 같이 하는 글을 올렸다.

허 후보는 “왕이 있던 조선 시대에도 사헌부와 사간원이 있어 절대권력인 왕을 견제했다”며 “백성과 백성들의 삶을 위해 언로의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정일체론’이 진정 대통령을 위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만약 윤핵관의 자리 보전과 권력 확대만을 위한 것이라면, 당장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지난 2017년 3월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경선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17년 3월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경선토론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진=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2017년 문재인 vs 안희정 설전 연상

이같은 논쟁과 관련해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토론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TV토론에서 ’당정일치’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차기 정부는 집권여당과 어떤 관계를 맺을 거냐’는 안 전 지사의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은 “저는 참여정부 때 당정분리가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오히려 당정 일체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전 지사는 “많은 분들이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고 있다”며 “그 분들이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게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집권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擧手機)로 전략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당정 관계 설정은 정가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당정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과 정부-입법부 간 감시·견제 역시 중요하다는 입장이 충돌해온 것.

이처럼 ‘대통령 명예대표설’을 두고 같은 당내 친윤과 비윤이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사이 정작 민심의 꿈은 어딜 향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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