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중앙현관 앞 설치
이종찬 광복회장, 이종섭 국방장관 사퇴 촉구
與신원식 “공산주의자 흉상 설치해야 하나”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최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정에 설치된 독립군 5인의 흉상을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독립운동 단체에서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여권 내에서는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 하느냐’며 반박이 이어졌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육사 중앙현관 앞에 흉상을 설치한 지 5년여 만에 이와 관련된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이종찬 광복회장,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 육사, 5인 흉상 외부 이전 방침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육사 내 홍범도 흉상 설치를 비판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육사에서 독립전쟁영웅 흉상을 철거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장관은 “육사에서 교내에 있는 기념물을 다시 정비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육사는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그런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흉상)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은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바 있는데, 국방부가 이 같은 전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육사는 교정 내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 등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이종찬 광복회장은 전날(27일)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육사 내 흉상 이전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육사 16기인 이 회장은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이나 그런 류의 장군의 흉상으로 대치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나라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신 분들은 홀대하면서 운 좋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귀하가 반역사적인 결정을 한다면 나와 우리 광복회는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2018년 3월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을 녹여 제작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3월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을 녹여 제작됐다. <사진=뉴시스> 

◆ 육사 출신 광복회장·與신원식 설전 

이와 관련해 육사 37기인 신 의원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며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 의원은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공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 남침의 주역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며 “그리고 2018년 3·1절 육사에 홍범도 흉상이 설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6·25전쟁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이 일으킨 반민족·반인도적 범죄”라며 “그런데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육사에는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웅들을 우선적으로 모신다고 국방부 장관이 사퇴해야 하느냐”며 “그리고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순국선열로 모시고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육사 독립군 흉상 이전 논란’은 문 전 대통령,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참전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육사 교정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 역시 같은 날 SNS에 글을 올려 “봉오동전투의 영웅을 당시로서는 불가피 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삼아 그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 한다고 연일 시끄럽다”며 “참 할일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 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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