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선거, 정부 명운 좌우할 분수령
羅, 대중 인지도 높고 수도권 기반의 4선 중진
與 인물난 속 중앙정치 재등장해 커진 기대감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몇 달 간 중앙정치 무대에서 비켜 서 있던 나경원 전 의원의 복귀에 시선이 모인다.  

최근 여당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대중 인지도가 높고 수도권에 기반이 있는 나 전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기 때문. 

나 전 의원은 올해 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역 활동에 전념해 왔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나경원 수도권 역할론’이 부상하는 분위기.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의 명운을 좌우할 분수령인 만큼, 나 전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설지 여부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 동작구을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 <사진=나 전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서울 동작구을 당협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 <사진=나 전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羅, 지역 챙기기 주력..총선 몸풀기?

8일 정가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을 당협위원장인 나 전 의원은 현재 ‘지역 챙기기’에 주력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그간 자신의 SNS를 통해 봉사활동, 동작구 교육위원회 발족, 현안 간담회 참석 등의 지역 활동 소식을 전해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나 전 의원이 ‘총선 몸풀기’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지역 활동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글마다 ‘#동작에도움되는 #동작주민에게이익되는 #여당중진’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있는 점도 이목을 끈다. 총선을 앞두고 원내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전 의원은 전날(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제가 언론에 나가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동작구에서 열심히 민심 듣고 소통하고 했다”며 “오로지 저는 국민, 또 우리 구민, 동작계 유권자분들을 바라보고 일하려고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최근 제가 ‘나봉’이라는 봉사단체 같은 걸 만들었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봉사하면서 더 많은 걸 배운 것 같다. 계속 지금과 같이 그냥 지역 열심히 하려고 그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다시 국회에 가면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으부터 더 사랑받는, 신뢰를 받는 그런 정치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한편으로는 지역의 굵은 현안들은 역시 여당의 중진이 한다면 훨씬 해결하기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여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여당이 위험하다는 ‘수도권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수도권 표심 잡기의 선봉에 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왼쪽부터)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인기내 창립 포럼’으로 중앙정치 복귀

4선 중진인 나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서울 중구(18대)와 서울 동작을(19·20대) 등을 거치며 ‘수도권 4선’이란 상징성을 갖게 됐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뒤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소위 ‘엄친딸’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18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나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투쟁에 앞장서며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굳혔다. 그는 2019년 3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지칭하며 보수진영으로부터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또한 나 전 의원이 같은 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한 모습은 그의 이미지를 ‘투사’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빼앗기며 고배를 마셨다. 

나 전 의원은 올해 초 여당의 유력 당권주자로 주목받았지만, 대통령실·친윤 진영과 갈등을 빚은 뒤 결국 3·8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중앙정치 무대에서 한동안 비켜 서 있던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다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이날 나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인기내)’ 창립 포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당4역’이 자리해 나 전 의원의 당내 입지가 공고함을 알렸다.

김 대표는 축사를 통해 “나 전 의원이 보수당의 아이콘이자 최고의 리더 아니겠는가”라고 치켜세우며, 나 전 의원에게 ‘뱃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지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될 수 있다.

2019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왼쪽)이 자유한국당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왼쪽)이 자유한국당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여당에 불리한 여론..기대 커지는 羅 역할론

나 전 의원은 현재까지 총선 출마 여부 혹은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인물난에 처해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중앙정치 무대에 재등장하자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달 5일~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다.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에 달했다. 

성향 중도층에서도 ‘여당 승리(31%)’보다는 ‘야당 승리(55%)’ 쪽이 우세했다.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정부 견제론’이 과반을 차지했다. (*응답률 14.6%,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경우, 나 전 의원의 역할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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