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귀령 후보, 유세중 동 이름 묻는 질문에 답 못해
중·성동갑 여야 후보 윤희숙·전현희 모두 연고 없어
무연고 공천, 유권자 홀대와 다름없단 지적 제기돼
‘심판론’에 기대기 보다는 지역 성장 위해 고심해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각 당의 총선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해당 지역에 연고가 없는 인물들이 공천을 받는 ‘무연고 낙하산 공천’에 대한 비판이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 도봉갑에 전략공천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구 선거유세 중 동 이름을 묻는 유권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논란에 불이 붙은 것.

지역구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무연고 후보자는 유권자의 실망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무관심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하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안 후보 SNS 화면 갈무리>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하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안 후보 SNS 화면 갈무리>

◆ “이 동네 어디냐?” 질문에 답 못한 안귀령

12일 정가에 따르면, 안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이 출마한 도봉구에 위치한 신창시장 유세 중 한 상인으로부터 ‘여기가 무슨 동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가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주변인들이 “창2동”이라고 대신 답변했고, 이에 상인은 “좀 알고 다녀라. 욕먹는다”고 직격했다.

이 상인이 “길 건너 시장은 몇 동인가”라고 재차 묻자 안 후보는 마찬가지로 즉답을 내놓지 못했고, 이에 다른 상인들이 답을 대신 말하며 “우리 후보님 이제 왔잖아”라며 상황을 무마했다.

이후 해당 상인이 음식을 권하자 안 후보는 “먹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안 후보와 서울 도봉갑에서 맞붙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는 SNS에 글을 올려 안 후보를 질타했다.

김 후보는 “도봉구는 민주당이 후보내면 당연히 뽑아줘야 하는 민주당의 호구인가”라며 “아무리 무연고 낙하산 공천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안 후보가 모르고 가신 그곳은 도봉갑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저희 어머니가 우리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시던 ‘신창시장’”이라며 “또 후보님이 헷갈린 건너편 시장은 창3동의 ‘창동골목시장’이고, 저와 제 아내가 주말에 장을 보러 다니는 단골 코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도봉은 쉽게 되니까 대충해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달라”며 “제가 사는 도봉구가, 후보님에게 이기면 좋고 지면 떠나면 그만인 동네로 취급받고 싶진 않다. 후보님에겐 도봉구가 ‘일터’에 불과하더라도, 제게 도봉구는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제 딸이 태어나서 자랄 곳”이라고 꼬집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울 도봉갑에서 맞붙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 <사진=뉴시스, 김 후보 SNS 화면 갈무리>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울 도봉갑에서 맞붙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 <사진=뉴시스, 김 후보 SNS 화면 갈무리>

◆ 무연고 후보, 지역 성장 고심하는 모습 보여야

YTN 앵커 출신인 안 후보는 지난달 지역 연고가 없는 서울 도봉갑에 전략공천됐다. 안 후보의 전략공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안 후보가 출연한 한 유튜브 영상이 재조명 받기도 했다.

안 후보는 해당 채널이 진행한 ‘외모 이상형 월드컵’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배우 차은우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이재명”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이재명 vs 문재인’, ‘이재명 vs 조국’ 질문에 모두 ‘이재명‘을 택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동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무연고 공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구에 4년 간 큰 영향력을 끼칠 국회의원 후보가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은 유권자를 홀대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컷오프(공천배제)로 들썩인 서울 중·성동갑 역시 ‘무연고 공천’이 이뤄진 대표적 지역구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중·성동갑에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을,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각각 공천했다. 두 후보 모두 서울 중·성동갑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민주당이 하남과 연고가 없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하남갑에 공천하자, 해당 지역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철새정치를 규탄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무연고 공천이 정치신인에게 선거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이점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무연고 후보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부족할 경우 ‘유권자를 무시한 공천’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대변자로서 지역민의 삶을 챙겨야 할 의무를 지닌다. 각 당 후보들은 ‘정권심판론’ ‘거대야당 심판론’에만 기대기 보다 지역의 성장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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