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사업부 4분기 연속 적자..직원 300명 이상 또 감축
회사 측 “과로로 인한 사망?..정확한 원인 알 수 없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LG전자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의 구원투수로 새 전략 스마트폰 ‘V20’을 내놓은 가운데, 스마트폰 개발자 2명이 지난달 돌연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조준호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인 ‘G시리즈’와 ‘V시리즈’가 잇단 판매 부진을 겪자 가장 인력 규모가 큰 MC사업부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를 단행해왔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는 남아 있는 직원들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최근 사망한 개발자들의 사인 역시 ‘과로사’로 전해지고 있어 뒷말이 무성한 것.

게다가 MC사업부 규모가 계속 축소되면서 ‘V20’의 성공 여부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존폐까지 걸려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실적 부진에 따른 MC사업부 축소..‘연구원 과로사’ 주장 제기

21일 LG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LG전자 무선사업부 소속 연구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고,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두 개발자의 사망과 관련,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최근 단행한 MC사업부의 인력 재배치 및 조직개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감축으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업무량이 증가됐고, 두 개발자 역시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LG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LG전자의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부 직원수는 6983명이었다. 이는 지난 1분기(7286명) 대비 303명 줄어든 수치다.

조 사장은 앞서 지난 5월 MC사업부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부 인력을 사내 타 본부나 계열사에 재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빠른 사업 체질개선,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서다.

LG전자의 MC사업부 인력감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인력을 꾸준히 줄여왔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 같은 인력 감축의 원인으로는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했던 전략 스마트폰 ‘G5’의 판매 부진을 꼽고 있다. 지난해 4월 ‘G4’ 실패 이후 기대를 걸었던 ‘G5’마저 흥행 참패를 겪으면서 적자폭이 확대되자 조직 축소를 결정했다는 것.

LG전자 MC사업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G5’ 마케팅을 본격화한 올 1분기에 2022억원의 영업적자를, 본격 판매를 시작한 2분기에는 1535억원이라는 영업적자 늪에 빠졌다.

‘G5’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6에서 공개할 당시만 해도 올해 가장 기대되는 스마트폰 중 하나로 꼽혔다.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일체형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G5’는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하면서 하루 1만대 이상 개통되기도 했지만, 한달여 만에 판매량은 급락했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한 직원의 글 <사진출처=인사이트>

◆회사 측 “과도한 업무 사실무근”..직원들은 불만 폭주

결국 LG전자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스마트폰 판매 실적으로 인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고, 그에 따른 과중한 업무는 남아 있는 직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인력 감축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부담은 사실무근”이라며 “(사망한 개발자들의) 정확한 사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유가족 보상 진행 사항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MC사업부는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 발표 전 광복절 연휴까지 반납하고 회사에 출근하기도 했다는 점을 미뤄, 사실상 과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발자 사망사건 이후 LG전자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는 직원들의 불만이 섞인 글들이 게재되면서 이 같은 지적에 힘이 실렸다.

한 직원은 “사람은 20~30% 줄였는데 일은 늘거나 그대로”라며 “사기 저하와 기존 담당자 부재 혹은 업무 전환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사람들이 많다”고 성토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LG V20 신제품 발표회'에서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 사장이 스마트폰 'V20'를 소개하고 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 성적은?

한편, 조 사장이 MC사업부의 인력 재배치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오는 29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V20’의 흥행 여부는 향후 MC사업부 규모를 결정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V20’도 판매 부진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MC사업부는 더욱 축소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제품 품질면에서도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조 사장의 거취는 물론 LG 스마트폰 사업 존폐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어 회사는 물론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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