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차기 행장 후보로 내부 인사 한정..16년만에 민영화 성공으로 이 행장 유력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첫 행장 자리에 누가 오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 전반을 흔든 ‘최순실 게이트’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우리은행은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행장 선임에 착수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민영화를 성공시킨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임추위 “차기 행장은 내부에서”

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후보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를 ‘최근 5년간 우리은행 및 계열사의 부행장급 이상 임원’으로 한정했다.

이는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차기 행장 후보를 가리겠다는 것으로,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이상, 우리금융지주는 부사장 이상, 계열회사는 대표이사가 임원의 범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원을 지낸 40여명이 예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 자격으로는 ▲금융산업에 대한 높은 식견과 안목 ▲재직 당시 우수한 업적 ▲은행의 미래 비전 제시 ▲조직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리더십 ▲윤리의식 및 책임감을 보유한 자로 정의됐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4일 공식 선임 이후 첫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차기 행장 선정 계획을 밝혔다.

사외이사인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은행 내부에 혼란이 생기면 언제든 외풍(정부와 정치권의 경영개입)이 들이닥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16년간 정부 소유 은행으로 외풍에 시달리면서 생긴 부정적 기업문화를 정리하고 조직에 대한 혜안을 갖춘 사람이 행장이 돼야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정리하고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행장의 윤곽은 내달 중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일 정오까지 지원 서류를 받고 서류심사, 평판조회, 인터뷰 등을 진행한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3월24일 열릴 정기주주총회 3주 전인 같은달 3일까지 선임하면 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뉴시스>

◆이광구 행장 연임 유력..16년 만에 ’민영화’ 성공

금융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전·현직 임원들의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 행장의 연임이 가장 유력하다.

이 행장은 지난해 경영성과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였고, 특히 우리은행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민영화를 16년 만에 이끌어낸 주인공이기 때문.

이 행장은 지난 2014년 취임 당시 2년 내 민영화를 약속하면서 당초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내실 다지기로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몸집을 키웠고, 해외 기업설명회 등 투자자 모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민영화에 힘써왔다.

이 행장의 노력으로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총 16곳이 참여했고, 본입찰에는 1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29.7%가 매각되면서 민영화를 성공시켰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까지 우리은행은 순이익 1조1059억원으로 전년도 당기순이익 1조75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때문에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소공로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은행 사외이사 기자 간담회’에서 (왼쪽부터)박상용 사외이사, 노성태 사외이사(이사회 의장), 신상훈 사외이사, 장동우 사외이사 등 4명이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일은행’·‘상업은행’ 출신 후보들도 주목

그러나 새로운 과점주주 체제 아래 구성된 이사회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우리은행의 2인자로 평가되는 이동건 부행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이순우 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지냈던 이 부행장은 현재 영업지원그룹을 총괄하며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출신은행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우리은행장은 김진만,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등 외부 출신들이 계속 임명됐다.

하지만 2008년 5월부터 재임했던 한일은행 출신 이종휘 은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발탁됐다. 이후에는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국 2008년 이후 한일은행 출신 은행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부행장의 행장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아울러 남기명 부행장과 손태승 글로벌사업본부장도 꾸준히 후보군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전직 임원 가운데는 민영화 작업을 해왔던 김승규 전 우리은행 부사장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한일은행 출신인 김 전 부사장은 전문 계약직으로 경영지원 총괄을 담당하며 지난해 3월까지 우리은행에 몸 담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행추위에서 이 행장과 함께 최종 행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화영 중국법인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부행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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