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악재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까지..사실상 연임 성공에도 수명은 ‘불안’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흔적’ 지우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황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각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변호사인 KT의 한 사외이사가 황 회장 취임 당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연임 9부능선을 넘어서고 있는 황 회장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문제들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연임 이후에도 뒷말이 나올 수 있고,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인 KT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청와대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여 황 회장의 향후 임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최순실 악재에도 ‘경영성과 인정’..사실상 연임

2일 KT 등에 따르면, KT CEO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회의를 열고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했다. 추천위원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후보 추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공식 재선임된다. 주총 확정 시 오는 2020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회추위는 황 회장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황 회장은 그간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영 계획과 비전 등을 설명한 것은 물론,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심사 과정에서 지난 3년 임기의 경영 성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929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2개 분기 연속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 3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최대인 1조44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 회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씨가 추천한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각각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임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최씨가 실소유한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황 회장은 공식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은둔경영’에 돌입했다. 한때 국회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그 화살을 피해갔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긍정적인 경영성적과 등을 이유로 그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왔다. KT가 검찰에 이어 특검의 주요 수사 선상에서 비켜나 있는 점도 황 회장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

이후에도 의혹은 끊임없이 불거졌고, KT 새노조와 야당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 포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추혜선·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KT 새노조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KT 인사개입과 관련, 전면수사를 특검에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구속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의 법률 조언을 맡은 인물이 KT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정동욱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라는 점을 언급하며 “정 변호사가 황 사장과 청와대를 이어준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그런 그가 KT 사외이사와 VR산업협회 법률고문을 맡은 점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1988~1990년 대검찰청 공안 1~3과장을 역임했다. 또 1991~1992년 김 전 실장이 법무부 장관인 시절 정 변호사는 법무부 법무과장이었다.

아울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2015년 12월16일부터 지난해 1월10일까지 쓴 업무수첩에 KT 사외에사 3명(송도균·임주환·차상균)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메모에 적혀있던 대로 임 이사를 제외한 두 이사는 재선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이사와 송 이사, 차 이사가 KT 회추위에 포함돼 있어 추 의원 등은 이들을 회추위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 “청와대 연결고리 사실무근..김 전 실장 변호는 KT와 무관”

이와 관련, KT 홍보실 관계자는 “(추혜선 의원 등의 주장은) 시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정동욱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2015년 3월이다. 이는 황창규 회장의 취임(2014년1월) 이후이기 때문에 청와대 연결고리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 이사는 KT 직원이 아니다. 변호사는 본인 직업이기 때문에 김 전 실장의 변호를 맡은 것은 KT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황 회장이)연임 후보로 지목됐으니 최종 통과가 될 때까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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