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현대자동차와 한국타이어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와 타이어 업계에서 1위 위상을 지켜오며 함께 승승장구하던 양사가 이제는 서로 등을 지는 듯한 모습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현대차그룹의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연이어 놓쳤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이상 기류가 지난 2014년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발생한 ‘제네시스 소음 논란’으로 돈독했던 관계에 금이 갔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15년 말 출시한 제네시스 EQ900 내수 모델에 한국타이어 대신 콘티넨탈과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1·2세대 에쿠스에 타이어를 공급한 한국타이어가 고배를 마시게 된 것.

현대차는 ‘고급차’ 이미지를 위해 한국타이어 대신 수입 타이어 브랜드를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일렉트릭, 그리고 최근 그랜저IG 하이브리드까지 한국타이어의 채택 비중을 점점 줄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제네시스 소음 논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당시 제네시스에서 진동과 소음이 많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현대차는 원인 분석에 나섰고, 이 같은 문제가 제네시스에 장착한 한국타이어 제품이 한 쪽만 마모되는 현상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타이어가 한 쪽만 마모되면서 차의 균형이 맞지 않아 진동과 소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판매된 제네시스 차량 타이어를 모두 교체했고, 그 비용은 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후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컨티넨탈 타이어를 신겼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타이어에 의해 소음이나 진동은 생길 수는 있지만 ‘편마모’가 생길 가능성은 흔치 않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편마모’의 원인은 타이어 정렬(휠 얼라이먼트)로 보는 것이 보통으로, ‘제네시스 소음 논란’의 원인은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2(사운드 업소버)’ 타이어가 아닌 신형 제네시스의 얼라이먼트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글로벌 7위권 수준의 업체로 전 세계 180여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품질이 떨어진다면 벤츠, BMW, 아우디 독일 프리미엄 3사와 미국 포드, 포르쉐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부터 인정 받을수도 없고, OE 공급 역시 꿈도 못꿨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제네시스 자체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타이어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완성차업체와 부품회사의 관계는 보통 갑과 을로 정의되고 있다. 완성차에 장착되는 OE 선정이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지는 점을 보면 타이어 업체 역시 ‘을’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공공뉴스 경제부 이민경 기자

특히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6조6261억원으로 3조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쌍용차보다 두 배 가량 높다. 타이어 업체는 그 매출과 규모 면에서 다른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와는 비교가 자체가 불가하다.

물론 내수시장 점유율이 40%에 가까운 현대차는 한국타이어에게는 중요한 고객 중 하나지만,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는 협력 시스템으로 이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현대차는 한국타이어가 물건을 공급하는 수많은 고객 중 하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글로벌 OE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이제는 글로벌 ‘톱5’ 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타이어를 더이상 ‘을’로 볼 수 없는 이유인 동시에 현대차의 외면에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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