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브랜드 다른 시공사..‘수자인’ 공동 사용으로 소비자 혼란 ‘사기분양’ 논란까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한양과 한양건설의 수상한 동행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법인이 다른 두 개의 별도 회사가 아파트 브랜드 ‘수자인’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수자인’은 한양의 아파트 브랜드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가 한참 뒤쳐지는 한양건설이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시공사를 맡았고, 현재 입주가 3개월 가량 지연되고 있어 입주민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한 상황.

특히 한양의 대주주인 이기승 회장과 이우식 한양건설 회장이 형제사이로 알려지면서 한양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한양건설의 ‘사기분양’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조감도

17일 한양건설 등에 따르면, 한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공사가 두 달 넘게 지연돼 입주 예정일이 연기됐다.

한양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에 공급하는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입주 예정일은 당초 지난 2월28일이었다. 그러나 입주가 세 차례나 연기됐고, 지난달 20일 시에서 세대별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총 30개동 294세대 가운데 30여세대만 입주한 상태.

한양건설이 입주 예정일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아파트 곳곳에서 발생한 부실시공 정황 때문이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누수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주 예정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완공일을 맞추지 못한 한양건설 때문에 입주 예정자 상당수가 오피스텔 등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며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3월 신학기에 맞춰 자녀를 단지 근처 학교에 전학시켜 놓은 세대 역시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양건설이 한양의 ‘수자인’ 브랜드의 시공사라는 점이다. 한양과 한양건설은 서로 다른 법인을 가진 별개의 건설사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킨 셈이다.

이 두 건설사가 ‘수자인’ 브랜드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한양과 한양건설의 각별한 관계 덕분이다.

한양과 한양건설 오너는 형제간으로, 형인 이기승 회장이 한양을 맡고 있고 동생인 이우식 회장은 한양건설을 경영 중이다. 한양은 시공순위 20위권의 중견건설업체인 반면 한양건설은 한참 낮은 100위권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지도가 더 높은 한양의 브랜드 파워를 빌려 입주자들을 모집하려는 한양건설의 꼼수 아니냐며 비난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비슷한 사명 때문에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시공사를 한양으로 착각하는 소비자들도 발생했고, 사기분양이라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아울러 시공능력 순위가 뒤쳐지는 한양건설이 수자인 아파트의 시공사를 맡으면서 입주 역시 지연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시공능력 차이로 아파트 하자 등 품질에 격차가 생겼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이 떠안아야 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의 오너일가 밀어주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개혁 움직임을 보이며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양과 한양건설의 긴밀한 연결고리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양건설 관계자는 “레미콘이 파업하고 기술적인 부분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면서 입주가 지연됐다”며 “(입주 예정자들과) 용인시에 아파트 사용승인을 신청하기로 합의했고, 오늘(17일) 새벽 입주 예정자 보상안에 대한 합의도 이뤄져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양의 ‘수자인’ 브랜드 공유와 관련해서는 “(한양과) 브랜드 공유 협약을 체결했다”며 “입주가 3개월 이상 지연되다보니 일부에서 사기분양 등 말도 나왔고, 입주 예정자들이 공정위와 특허청에 제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입주자 대표와 모든 오해를 푼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용인시에서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품질기준이 맞아 준공처리를 해도 입주자 동의가 없으면 시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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