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낮은 가격으로 운송계약 체결 요구 횡포..일감몰아주기 등 文정부 ‘주목’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LG그룹 계열사인 판토스(구 범한판토스)가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협력업체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운송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불만을 제기할 경우 거래 자체를 끊어버리기까지 한다는 것.

게다가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를 포함한 주요 주주들의 배당으로 돌아간 것은 물론, 판토스의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 정부가 고강도 재벌개혁을 주문한 가운데, 이 같은 갑질과 일감몰아주기 등은 이번 개혁의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때문에 LG그룹이 새정부의 개혁 수술대에 오를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지금이다.

YTN이 지난 24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판토스는 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 참여 업체들이 제시한 운송료의 등급을 미리 공개하는 이른바 ‘신호등 입찰’ 방식으로 운송료 인하를 강제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등 입찰’은 판토스가 원하는 운송료보다 저렴하면 초록색, 비슷하면 빨간색을, 가격이 더 높으면 검은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운송료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판토스는 계약서에 기간과 물량을 기재하지 않고 운임만 기록해 계약 내용을 임의대로 수정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판토스의 이 같은 갑질 논란이 제기되면서 일감몰아주기도 덩달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판토스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故 구정회씨 일가가 지난 1977년 ‘범한판토스’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물류회사다.

지난 2015년 5월 LG상사에 보유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LG그룹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같은해 11월 하이로지스틱스와 합병하면서 LG그룹의 전문 물류계열사로 새롭게 탄생했다.

판토스는 LG가(家) 장손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구 상무 등 총수 일가 4세 5명이 지분 20%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구 상무가 7.5%로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며, 장녀 구연경 4%, 차녀 구연수 3.5%, 구본준 부회장의 장녀 구형모 LG전자 과장 2.5%, 장녀 구연제 2.4% 등이다.

이들 총수 일가는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한 뒤 지난해에만 2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한 판토스는 LG그룹 주요 계열사를 상대로 진행한 내부거래 비중을 전분기 대비 2.2배 높여 올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7% 올랐다. 판토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7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된다.

결국 이들 총수 일가들의 지분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셈으로, 판토스가 비상장사임을 감안했을 때 총수 일가 지분율은 규제 대상인 20%에 고작 0.1% 모자란 것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왔다는 지적이다.

한편, 판토스는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4세 승계 작업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줄곳 제기됐다.

LG는 LG상사에 판토스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화 시키고, 내년 하반기 중 상장시키는 한편 LG상사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후 구 상무의 승계구도를 밟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 교수를 내정하면서 재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내정자가 공정위원장 자리에 오름에 따라 재벌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LG그룹은 대기업의 갑질과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승계를 위한 자회사 이용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판토스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이 내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관계자가 현재 병가를 내 부재 중이다”라며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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