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1억 비자금 전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뉴시스>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회사 미등기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5700만원을 지급하면서 이 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거나 반환받아 2014년 9월까지 11억685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개인적인 경조사비와 유흥비 지급 등의 용도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지인이 운영하는 벤처기업 3곳의 주식을 적정가보다 높게 매입해 회사에 103억5000여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또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도 “비서실 운영자금이나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등에 쓴 만큼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인 자금과 유사하게 비자금을 함부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이 사건 비자금 전부를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회장이 횡령했다는 11억원 중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을 특정하지 못하는 이상 이 자금 전체를 비자금으로 본다거나 5억원 이상을 횡령했을 때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심은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 특정경제범죄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던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임기를 2년 앞둔 2014년 11월 자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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