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횡령·국외재산도피 등 5개 혐의 대부분 유죄..삼성 변호인 측 “즉시 항소할 것”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삼성 총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1938년 삼성 창업이래 79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정당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후 특검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등 433억원을 뇌물로 판단해 이 부회장을 구속수감했다.

구속부터 1심 선고까지 178일 간 기간동안 재판부가 결국 이 부회장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세기의 재판’은 우선 일단락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 임원 등 5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일가에 수백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공동으로 37억여원을 추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국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해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핵심 혐의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78억원 상당의 승마훈련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204억원)과 한국 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2800만원)에 대한 지원 등이다.

이 같은 뇌물 혐의가 무너지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들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특검은 뇌물죄 유무죄 여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공판을 이어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비상장계열사 상장 등을 통한 상속세 재원 등 마련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정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최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단초가 돼 드러난 이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의문을 가졌고, 삼성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불신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인 대통령과 대기업 집단의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충격에 대한 신뢰상실은 회복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정씨 지원을 위해 코어스포츠에 건넨 36억원을 포함해 모두 64억원 상당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유죄 인정 부분은 회사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면 원칙적으로 횡령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이 자본거래 신고를 거치지 않고 국외 재산을 도피한 혐의도 일부 유죄 판결이 났다.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역시 뇌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승마지원 77억원 가운데 72억원을 뇌물죄로 인정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에서 승마 관련 지원 등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발언과 최씨 모녀를 모른다고 답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도 인정하지 안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홍완선씨를 만나 합병을 도와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하고, 장충기 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합병 찬성을 위해 움직인 점은 인정하나, 박근혜 피고인에게 전달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묵시적 청탁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정씨 지원을 요구했고, 피고인들은 승계작업에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고 대통령 요구에 응해 뇌물을 지원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의 현안을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전혀 없고, 최씨 측에 대한 각종 지원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특검 주장에 맞서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삼성 측 변호인단 송호철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이날 판결 직후 “법원의 법리판단, 사실인정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판결한 것과 관련, 모든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송호철 변호사는 이날 법원의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법리판단, 사실인정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할 것이고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죄 판결된 것 전부 다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특검 역시 법원의 징역 5년 판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항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심에서도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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