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전수길 칼럼] 트로트는 지난 1920~30년대 도입기에서 성장기에 이르기까지 인텔리 계층과 도시의 일반 중산층이 주수용자이었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산업 근대화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은 20~30년, 즉 1950년대부터 70, 80년대 초까지는 도시 노동자가 된 농어촌 지역민들에 의해 지금의 그 토대가 만들어졌다.

인텔리에서 중산층, 도시민, 지역민까지 뿌리 깊은 ‘트로트’

음악은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보통 트로트를 듣는 사람들은 그 소비 원형이 부모 세대로부터 온다. 어릴 적 부모가 듣거나 부르는 트로트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며 청각 경험이 쌓인 것이다. 이런 문화 계승의 형태는 모든 문화에서 일어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의 트로트는 방송 매체 등에서 개그풍 웃음과 패러디의 배경으로 주로 사용되고 사회생활 속에서 연령에 따른 세대 차이를 확인하는 경계선의 도구로 쓰이면서 낡고 고루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현재의 침체기는 어찌 보면 트로트 업계 스스로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회적 경험 축척으로 현존하고 있는 애호가들의 기호에 맞는 스타일만 계속 재생산하고 있는 현실이 침체기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음악적 경험치는 다음 세대들에게 계속 이어져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사실 트로트 장르에서 장윤정 이후 다수의 대중에게 위의 경험치를 깨트리면서 강력히 어필하거나 이슈를 선점한 가수는 없었다.

여기에 최근 음원 포털사이트의 소비형태 변화 역시 트로트 중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바로 듣기)이 음원다운 매출을 초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이는 결국 음악에 더욱 쉽게 접근하고 단 한 번에 소비해 버리는 패턴이 정착되면서 트로트 음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다운 받아 듣거나 데이터베이스화해 곡의 수와 다양함, 희소함에 자긍심을 가졌던 것도 무의미해졌음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면 3,000여곡이 담긴 트로트 불법 SD카드는 오프라인 영역에서 이미 곡의 수와 다양함, 희소함이 다 실현되고 있다.

음원시장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트로트’

비단 음악 분야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없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유투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같은 정보 축적·확산의 플랫폼과 스냅챗(이미지 정보를 수신 후 정해진 짧은 시간에 자동으로 파괴하는 정보 소비의 단발성을 강점으로 함)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든 인간 활동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트로트 수용자의 특성상 위의 현상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트로트는 트랜드 사이클(유행 순환기)이 상대적으로 길며 가사의 메시지나 멜로디 라인, 그리고 음색에서도 보수적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 보수적이란 것은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한 친근감 정도를 말한다)

트로트는 주수용자의 특성상 오프라인을 완전히 넘지 않는다. 이미 광범위하게 유포된 대량 불법음원에 의한 트로트 음악 청취의 손쉬운 접근은 처음엔 곡의 수와 다양함에서 흥미를 유발하지만 곧 몇몇 음원에 한정되어 듣게 된다.

무한 반복이나 임의듣기(랜덤)도 가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반복되면서 관심의 멀어짐과 피로도가 쌓이게 된다.

새로운 경험 만드는 ‘트로트’는 반드시 재탄생돼야

이렇게 될 때 음악 소비 형태인 CD나 라디오를 통한 독립적 음원 듣기, TV를 통한 보면서 듣기, 라이브 콘서트에서 직접 현장 체험과 함께 듣기, SNS인 유투브 등을 이용한 적극적(의도적으로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고 듣기, 그리고 온라인 개인 방송국에서 채팅과 함께 동시 공유로 듣기 등 중에서 보다 관심이 가는 소비 형태를 원할 수 있다.

여기서 관심 가져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현장 체험 문화 시장이다.

 

삼성음반 대표이사.
(사)한국전통가요진흥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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