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국민 첫사랑의 남자’ 이제훈이 영화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로 관객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일본 저격수’로 불리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소재를 다룬 영화로 위안푸의 아픔을 겪은 할머니 ‘옥분’(나문희 분)과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2월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실제 청문회 증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줄거리만 봤을 때는 세대를 뛰어넘은 교감을 담은 휴먼코미디물로 보이지만, 일본군 위안부라는 묵직한 소재를 담고 있어 결코 웃어 넘길만한 단순한 내용은 아니다.

특히 전작 ‘박열’에서도 이제훈은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연이은 작품 속에서 일본의 과거 만행을 차근차근 풀어내 환기시키면서 필모그래피에 의미를 더했다.

장르를 불문한 폭넓은 연기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데뷔 10년차를 맞은 배우 이제훈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음은 이제훈과 일문일답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출연을 확정한 결정적 이유가 있나.

“아무 정보 없이 시나리오를 읽었다. 중반까지 유쾌하게 읽었는데, 그 후 옥분의 사연을 맞닥뜨리면서 많이 놀랐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무거운 감정을 느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나 아프다. 괴롭다’가 아닌 그것을 극복하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 그래서 이 작품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를 통해 옥분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서포트 해주고 싶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나.

“작품을 선택할 때 관객들에게 어떤 재미 혹은 장르적인 쾌감으로 접근될 수 있는지와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꺼내졌을 때의 가치를 먼저 생각 한다. 예전에는 막연히 필모그래피가 쌓이면 더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앞으로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작품을 본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배우로서 작품들을 경험하고 어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태도와 자세까지도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무거운 소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배우로서 연기력은 물론,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했는지에 대한 소명의식도 생각을 해야 한다. 내 연기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존에 나와있는 영화들은 일본 위안부에 대한 소재를 정공법으로 표현해왔다. 하지만 ‘아이 캔 스피크’는 우회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로 시작해 사연에 대한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기시킨다. 대중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측면에서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교과서를 통해 배워서 알고는 있지만 그분들이 한분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그분들을 바라봤는지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남겨진 세대로서 우리도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남은 할머님이 35분 계시는데 이 영화가 그분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박열’에 이어 또 일본의 만행과 관련된 소재의 영화다. 일각에서는 ‘일본 저격수’로 불리고 있는데 어떤가.

“역사적 사실인 것은 맞지 않냐. 일본 국민들 중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통해 그분들의 생각이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면 대한민국 배우로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배우 나문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컸다. 촬영할 때도 행복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까 더 마음이 뭉클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두, 세 페이지를 넘기는데 무조건 나문희 선생님만 떠올랐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나문희 선생님 앞에서 대사 한 마디 내뱉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처음 만날 때부터 웃음으로 맞아주셔서 무장해제됐다. 나문희 선생님이 너무 편해서 더 어리광도 피우고 실없는 농담도 던졌던 것 같다.”

-극중 영어를 꽤 잘한다. 실제로도 잘 하나.

“굉장히 디테일하게, 뉘앙스나 토씨하나 틀리지 않았나 신경쓰며 연기했다. 부끄럽지만 평가는 관객들이 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루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 영어가 필요했던 사람이고 원어민 수준의 회화 능력이 가능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영어를 하고 있구나 보다 ‘의사소통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또 옥분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으로서도 적합해 보이도록 노력했다.”

-데뷔 후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는데 또 도전하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지금까지 액션이나 젊은 모습,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화끈하게 뿜어낼 수 있는 작품은 만나지 못했다. 복싱 영화를 해보고 싶다. 거기에 대한 열의가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뿜어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젊은 나이에 뭔가 주먹을 내지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기작이나, 휴식 등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 계획이 아무 것도 없다. 이제 쉬는 건가 싶다. 드라마, 영화, 영화 세 작품을 연달아 했다. 작품 끝날 때마다 쉬어야지 생각했다. ‘박열’과‘아이 캔 스피크’는 그렇고 나에게 에너지를 준 작품이다. 좋은 작품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은 계획되는 게 아무 것도 없다. 9월과 10월은 ‘아이 캔 스피크’ 홍보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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