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권 재편 움직임 급물살..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통합파-자강파 결별 가능성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한 달 전 두 남자의 입술뽀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당 화합 차원에서 입술뽀뽀를 한 것.

그러나 두 남자의 입술뽀뽀 이후 당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된 상황이다. 자강파와 통합파로 나뉘어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3선 의원들이 보수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결성에 합의한 가운데, 바른정당 내 통합파와 자강파의 세 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이 사실상의 결별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통합파-한국당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합의

통합파 3선 의원들은 한국당 3선 의원들과 만나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 했다. 통추위는 두 보수야당을 포함해 외곽 보수세력도 한 데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당 3선 의원 모임을 마치고 “보수세력이 흩어진 데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보수대통합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을 공동주도한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도 “지도부에 정식으로 대통합 실무추진단을 구성하자는 안건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 밖의 보수세력도 함께 통합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외부에 문호를 열기 위한 방안도 만드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모임 직후 황영철 의원과 함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추진위 구성과 관련된 사항을 보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결정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통합 시기까지 못을 박았다. 오는 11월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통합을 해야 한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김무성 의원 역시 동조 했다.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통합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전까지 통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만약 유승민 의원이 반대를 한다면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무성 의원은 또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987년 민주헌정체제의 등장과 2017년 개헌논의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당대당 통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완고하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까지 하면서 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가 돼서 당을 지키겠다는 것. 통합파가 탈당을 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리고 소수정당으로 전락함에도 불구,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당 통합을 위한 물밑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분당 불가피..김무성-유승민 결국 결별하나

두 남자의 입술뽀뽀는 강렬했다. 해외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이슈를 몰아갔다. 한국 정치인들은 ‘게이’냐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화제성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두 남자의 입술뽀뽀는 그렇게 사라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원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도 나온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라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가 이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는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싯구가 있지만 과연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다시 만나서 하나의 배를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사람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그리고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과연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에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라는 ‘님의 침묵’ 마지막 싯구처럼 두 사람이 만나서 보수대통합을 이룰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어쨌든 두 남자의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그렇게 아련히 사라지고, 이제는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 내 일부 통합 반대 세력이 존재하는 만큼 당 대 당으로 ‘합당’수준의 정계 개편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당·바른정당 보수통합에 반대 62.9% vs 찬성 22.5%”<자료=리얼미터>

◆국민 10명 중 6명 통합 반대..바른정당 지지층도 반대 의견 높아

한편, 국민 10명 중 6명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TBS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성인 남녀 506명(응답률 5%)을 조사했더니 62.9%가 두 당의 통합을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은 반대 여론의 3분의 1 수준인 22.5%에 불과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로 나타났다.

조사된 응답 중 ‘매우 반대’ 의견은 39.6%에 달했고 ‘반대하는 편’이라는 응답도 23.3%로 였다. 반면 ‘매우 찬성’은 8.4%뿐이었다.

성향별로는 한국당 지지층이나 보수층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과 연령, 지지 정당, 이념 성향에서 보수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지지 정당별로 봤을 때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79.2%, 70.2% 등 70% 이상이 보수 통합을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보수 통합을 찬성하는 여론은 6.7%에 불과했다.

정의당 지지층 역시 65.7%가 보수 통합에 반대했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53.1%가 반대해 찬성(42.5%)보다 비율이 높았다.

한국당 지지층은 찬성 여론이 70.8%로 반대 의견(25.3%)보다 크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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