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12일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향후 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증인들의 얌채 해외출장이 이어지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첫 날인 이날은 과방위, 법사위, 정무위, 교문위, 외통위, 국방위, 행안위, 농해수위, 산업위, 복지위, 환노위, 국토위 등 12개 상임위가 일제히 가동됐다.

이번 국감은 새정부 들어 첫 국감인 만큼 그 어느때보다 증인 채택부터 큰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정작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인사 상당수가 첫날부터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벌써부터 맥 빠진 국감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과방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는 3당 간사 합의로 이동통신 3사 CEO와 대형 포털 네이버, 카카오 의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리고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국감장에 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 국감장에는 박 사장과 최상규 LG전자 국내영업총괄 사장 등 일부만 출석했다.

이들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해외 출장 때문이다.

황 회장과 권 부회장, 이 전 의장, 김 의장 모두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출장길에 올라 어쩔 수 없이 이날 국감장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이밖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해외 거주),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 과방위 소속 3당 위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3당 간사 합의로 증인을 채택했는데, 불출석한 증인들은 모두 30일 확인감사에 다시 참석해주기를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며 “만약 30일 확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따라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막대한데도 이해진 총수는 최근 블록딜 매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지배구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한 점 등의 의혹이 있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해외 원정 도박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국회의 권위를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상임위 차원에서 고발은 물론 ‘임의동행권’을 발동해서라도 증인들을 국감장에 데려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간사 역시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른 것이고, 국민을 대표해 통신비 문제나 완전자급제에 대한 의견 등을 청취하고 싶었다. 그런데 증인들이 급조된 출장을 떠나며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면서 “급조된 해외 출장, 출석자를 실무자로 하향 조정해달라는 요청 등은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질문에 대답하기 싫다면 그 자리에서 사임하라”고 압박했다.

물론 대내외 악재가 많은 요즘, 기업인들은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경영에 몰두하고 있는 점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이런 가운데, 권 부회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종합 국감때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황 회장도 같은 날 증인 출석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해외 출장을 핑계로 도피를 꾀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재벌 그룹 총수들이나 CEO들이 각종 청문회나 기업국감때 주로 써먹던 편법 중 하나다. 이들이 국회에서 질책을 받는 모습은 경영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어떻게든 증인 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셈.

오히려 책임의식을 갖고 제때 국감장에 출석한 기업인이 더 이상해 보이는 상황만 매년 반복되고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처럼 어차피 피하지 못할 바엔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속 시원할텐데 말이다.

어쨌든 가만 있다 국감철만 되면 증인 채택 기업인들의 없던(?) 해외 출장도 딱 시기 맞춰 잡히는 거 보면 대한민국 역사에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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