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이어 즉석밥 가격도 평균 9% 올려..‘10년째 동결’ 라면값 상승 움직임도 포착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치캔에 이어 즉석밥 가격을 잇달아 인상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갓뚜기’라고 불리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온 식품기업이 은근슬쩍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만큼 배신감도 배가 된 것.

게다가 오뚜기가 지난 10년간 동결해 온 라면값 역시 올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참치캔·즉석밥 이어 라면도 가격 인상 임박?

20일 오뚜기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즉석밥인 ‘오뚜기밥’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오뚜기밥은 기존 650원에서 710원으로 인상됐고, 오뚜기밥 큰밥·작은밥 등 3가지 품목 가격이 올랐다. 이번 가격 인상에서 컵밥과 잡곡밥은 제외됐다.

오뚜기는 지난 2004년 즉석밥을 출시했다. 이후 2차레 가격을 인하했고, 2012년 인상 이후 5년 만에 가격을 올린 것.

오뚜기는 원가 부담 등 가격 인상 요인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1일부터 참치캔 5종의 판매가격도 평균 5.2%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뚜기가 10년째 지켜온 라면값에 대한 가격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오뚜기는 올 3분기 매출액 56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3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8%에서 7%로 줄었다.

결국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라면값 상승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농심과 삼양식품 등도 물류비, 인건비 등 그동안 누적된 경영비용 상승분을 견디다 못해 인상 지난해 말부터 라면값 인상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오뚜기는 ‘리얼치즈라면’, ‘굴진짬뽕’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오뚜기 프리미엄 라면 제품의 개당 판매가는 1200원~1500원 수준이다. 오뚜기의 대표 라면인 ‘진라면’(500원~700원)과 비교해 최소 500원에서 최대 1000원 차이가 난다. 2배가량 높은 가격대다.

오뚜기는 저렴한 라면 가격 정책으로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선망을 받아왔지만, 이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가격 인상효과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뚜기 홍보실 관계자는 “참치캔이나 즉석밥에서 (오뚜기가) 1위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경쟁 식품기업들보다 여전히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거론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프리미엄 라면 제품 가격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착한기업’ 이면에 ‘일감몰아주기’ 꼬리표

한편, 함 회장은 지난 7월 중견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청와대에 초청돼 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오뚜기는 자산규모가 1조5000억원 정도로 재계순위 100위 밖이다.

그러나 착한기업이라는 이미지 이면에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액은 5931억원으로 이 가운데 99.64%(5892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 회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함 회장은 오뚜기라면 주식 36만1446주(지분율 35.63%)를 보유 중이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만 해당된다. 때문에 오뚜기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오뚜기를 둘러싼 이 같은 문제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오뚜기그룹을 보면 잘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며 “오뚜기그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17년 ESG등급(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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