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근무태만·사고축소·늦장보고..

이들을 조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또 그 이후 청와대의 어처구니없는 대응과 변명이 아닐까싶다.

그런데, 최근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가스공사 측의 사고 수습 대응을 두고 위와 같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7시36분께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10만㎘급 저장탱크 1호기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가 15분 간 누출됐다.

당시 가스공사는 사고 당일 오전 8시15분께 재난경보단계 ‘경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인천시와 연수구에 뒤늦게 현황을 알렸고, 관할 기관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조차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가스공사 측은 사고 원인이 ‘장비 오작동’이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근무자 근무태만’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질타를 받고 있다.

30일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스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NG 누출사고 당일 근무자 4인은 저장탱크 내 가스 수위를 표시하는 액위계가 오작동 했음에도 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는 LNG 선박에서 인천기지 내 저장탱크로 LNG를 옮기던 중 탱크가 이미 꽉 찼는데도 불구, 가스 주입을 계속하면서 발생했다.

액위계는 저장 탱크 내 LNG 수위를 나타내는 측정기를 뜻한다.

액위계는 가스 주입을 시작한 지난 4일 오후 8시51분부터 작업을 중단한 5일 오전 7시33분까지 10시간30분간 총 네 차례 오작동했다.

가스 주입 작업에 따라 저장탱크 내 가스 수위가 점진적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총 6시간 16분동안 수위 변동이 거의 없었다가 갑자기 급상승하는 형태로 작동했다.

윤 의원은 사고 직전 근무일지에는 액위계 감지기 작동이 양호하다고 표시돼 있었고, 사고 당일 근무일지에는 액위계 오작동은 운전 및 조작사항, 작업사항 등의 내용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액위계만 제대로 모니터링 했다면 사고에 대한 빠른 조치가 가능했지만, 결국 오전 7시33분 압력이 급상승하고 가스가 누출된 후 주입을 중단했다.

문제는 최초 상황보고서 및 보도자료에 가스공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누락한 채 장비 오작동만 기재했고, 특히 보도자료는 사고 발생 후 1주일이 지난 12일에서야 언론에 제공됐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상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늦장 보고했다. 산자부에는 사고 발생 8시간 후, 지역 지자체인 인천시 등에는 사고 발생 24시간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번 사고로 가스공사는 창립 이후 최초로 내부시설 이상에 따른 경보를 발령하고 휴일에 인천기지 전직원을 비상소집 출동시키는 등 급박했음에도 사장 직무대리(부사장)은 자택에서 SNS로 사고를 지휘했다.

사장 직무대리는 ‘상황을 타 본부장과 공유하라’ ‘긴장해 일정을 챙겨라’ ‘서울 집 근처에 있겠다, 가야하는 상황이면 연락달라’ 등 추상적이니 지시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윤 의원은 이번 사고를 근무태만, 사고축소, 늦장보고 등 모든 문제가 총망라된 신적폐의 종합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고를 수습하는 가스공사 측의 모습은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 모습이 많이 녹아 있는 듯 하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조치보다는 그저 사고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까닭이다.

어떠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람들의 생명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 골든타임이 지나면 사소한 사고도 얼마든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느끼고 또 느꼈을 것이다.

이번 가스공사 측의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대응 속에 결국 아무 죄없는 시민들의 안전과 소중한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는 위협에 몰린 셈이다.

다행히 이번 가스누출 사고가 대형 폭발과 같은 대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신에게로 향하는 화살이 두려워 피하고 덮는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피해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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