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공중화장실 휴지통: 하루아침에 바꿔야 할 습관들→계몽적 교육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오는 2018년부터 공중화장실에서 모든 휴지통이 사라진다. 미관 문제는 물론 악취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정부 조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실제로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없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도 시설이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공공장소를 선진국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중화장실 휴지통이 없어진다 한들 몸에 벤 습관까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시설 수준만 높아졌다고 해서 선진화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습관들을 얼만큼 고치고 시행에 옮기는지가 관건이다.

# ‘휴지통 없는 화장실’ 과연 정착될 수 있을까

최근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는 공중화장실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지난 5월 개정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대변기칸내 휴지통을 없애고 여성화장실에 위생용품 수거함을 비치하고, 청소·보수를 위해 작업자 출입시 안내표지판 설치하는 것이 공중화장실 법률 시행령의 골자다.

그 동안 미관은 물론 악취와 해충을 동반했던 공중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이 내년부터 사라짐에 따라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리면 된다. 여성화장실에는 위생용품을 버릴 수 있도록 수거함이 비치될 예정이다.

대변기 옆 휴지통은 88올림픽 개최 당시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면서 생겨난 사용습관. 당시 우리나라는 화장지가 충분하지 않아 신문지나 질 낮은 휴지를 사용해 하수관이 자주 막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휴지통을 두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이번 정부의 ‘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에 개정안에 많은 이들은 당황한 모습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휴지는 휴지통에’라는 문구를 수도 없이 보고 자랐고, 화장실에서 사용한 화장지도 휴지통에 넣는 것이 당연시 여겼다.

하지만 이 같은 습관은 그동안 화장실을 더럽히는 주범이 됐다. 대게 사람들이 공중화장실을 쓸 때 “악취가 심하다” “청결하지 못하다” 등 이유로 괜히 화장실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을 비난하곤 한다.

그러나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한 것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지 청소를 하는 미화원이 아니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습관에 엄한 사람만 피해를 입고 있는 형국이다.

# 나라는 선진국..공공장소 이용 문화는 후진국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유아기 시절부터 형성된 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좋은 습관을 만든다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성공적인 인생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좋지 못한 습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 습관들은 개인의 인간관계, 사회생활 등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 사회와 나라의 구성원인 개인의 습관을 외부에서 봤을 때 그 사회 혹은 나라 전체의 습관으로 인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일례로 한국인의 ‘낙서벽’은 외국인이 꼽은 추태 가운데 하나다. 유적지나 관광명소에 낙서를 해 자신의 방문을 증명하는 ‘어글리 코리안’ 때문에 나라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이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우려하고 있는 이들도 이 같은 우리들의 습관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역사내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이미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시행해 왔다. 일부에서는 화장실이 깨끗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청소 미화원들의 고충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휴지통이 없어 휴지를 바닥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것을 주워 담아야 하기 때문.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내년 중반께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의미.

이렇듯 사람들의 지식 수준은 높아졌고, 삶의 질도 향상됐다. 하지만 습관이나 의식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 울주언양읍성(사적 제153호) 성벽에 낙서가 된 모습.<사진=울산지방경찰청 제공>

# “교육과 계몽 통해 습관 변화시킬 수 있다”

생활 습관을 한번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지해서가 아닌, 한번 몸에 벤 습관을 고치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개인의 의식 변화에 앞서 그에 맞는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사람들의 고착된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고 개개인의 충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공익을 위해 계몽적 교육이 필요하고, 선진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다. 구성원들 모두가 동참하고 시행해야 비로소 진정한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의 성공적인 도입이 어쩌면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첫 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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