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워서도 돈은 들어온다?..참여연대 “이건희에 차명계좌 과세 부과해야”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병상에 누워서도 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 리스트 역대 최고 순위인 37위에 이름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명계좌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세금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이 회장의 차명계좌이 삼성 비자금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국세청 등의 고발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참여연대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본인에 직접 부과해야”

참여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국세청에 원천납세의무자인 이 회장에 소득세 직접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12일, 국세청은 전국 금융기관에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이자소득세 10년치를 지난 10일까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이자소득세는 당초 은행이 계좌 주인에게 이자를 지급하기 전 미리 떼놨다 국세청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징수분 수맥억원에 가산세 10%까지 은행이 먼저 내라는 것.

하지만 지방 마을금고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은행이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 회장의 계좌가 차명계좌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추가로 세금을 떼놓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10년치 징벌적 가산세까지 은행에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처럼 국세청과 금융사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와중에 한시가 시급한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소득세 차등과세 시한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며 “자칫하면 현재 차명계좌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인 다스 차명계좌에 대한 소득세 차등과세마저 물 건너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회장의 차명자산의 과세 대상 소득의 포괄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개선 TF’와 국세청간에 이견이 존재한다.

민주당 TF는 금융실명제에 의한 차등과세의 경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규정에 따라 금융실명법 및 관련 하위 규정이 우선 적용되는데, 적어도 금융실명제 실시일인 1993년 8월12일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의 경우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부칙제7조의규정에의한소득세등의계산방법에관한규칙’ 제3조의 규정에 따라 ‘당해 금융거래계좌의 개설일부터 실명전환일’까지의 이자 및 배당소득이 차등과세의 적용 대상 소득이고 그 기산일은 실명전환일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국세청은 금융실명법보다 국세기본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암묵적 전제하에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 따라 모든 소득세 차등과세에는 10년의 부과 제척기간이 적용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국세청의 주장처럼 차등과세에 오직 10년의 부과 제척기간만 적용될 뿐이라면 국세청의 과세 행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국세청이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게 차등과세와 관련한 납세 ‘안내’를 보내던 지난해 12월12일 시점에서는 2007년 12월 귀속 소득에 대한 차등과세가 가능한 시점이었다.

지난 2007년 12월 귀속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의 납부기한은 이듬해 1월1일이기 때문에 지난해 12월12일 현재 10년의 부과 제척기간이 완전히 다 흘러간 것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국세청이 지난해 말 시점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인 이 회장에 대해 소득세 부과처분을 했더라면 이 회장의 2007년 12월 귀속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기간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포기했다고 참여연대는 꼬집었다. 그리고 국세청의 이런 무책임은 2008년 귀속 소득에 대해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 차명자산에 대한 금융실명법상 과세를 시급하고 적절하게 시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세청이 즉시 궁극적인 원천납세 의무자인 이 회장에게 직접 소득세 부과 처분해 이 회장아 부족하게 납부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세청과 금융사들간에 지금 발생하고 있는 ‘차명과세 책임 떠넘기기’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한 차등과세와 다스 차명계좌 소유주에 대한 차등과세가 모두 흐지부지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세청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논란의 ‘이건희 차명계좌’..결국 삼성 비자금?

경찰은 지난해 이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의혹을 수사하던 중 차명계좌를 발견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지난 2008년 4월 삼성 특검 수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당시 특검이 발견한 차명재산의 규모는 4조5000억원, 차명계좌 수는 1197개(중복계좌 2개 제외)였다.

이 가운데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계좌는 1021개.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 이후 개설된 계좌는 1001개였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 1001개 계좌에 대해 실명전환이나 과징금 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 위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특검 당시 삼성 측은 차명계좌를 모두 이 회장 명의로 바꾸고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명의전환되지 않았고 돈이 인출됐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136개 계좌에서 인출이 발생했다. 예금은 9488억원, 주식 1조173억원, 채권 126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 인출된 금액은 모두 1조9448억원으로, 인출 금액의 98%에 달한다.

민주당 TF는 지난 4일 이 회장의 차명계좌 3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27개, 이후 1202개로 총 1229개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보고한 1229개 계좌를 전수조사한 결과 보유 재산이 4조5000억원이 아니라 2조1646원으로 드러났다”면서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 2조3000억원 가량이 현물로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 TF는 금융실명제 도입 이전에 개설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위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세청은 지난 2008년 1월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를 집행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 TF와 국세청의 적용 기간이 상이해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삼성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시민단체와 국세청 등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 검찰에 고발한 바 있어 향후 수사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다. <사진=뉴시스>

◆4년째 와병 중에도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 37위

한편,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BI)’에서 순재산 222억 달러(24조4089억원)으로 전세계 37위를 기록했다.

100위권 내 든 한국인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0명 중에서는 8위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말 세계 85위에 오른 후 이듬해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115위까지 밀렸다. 하지만 주가가 회복하면서 2013년 11월 97위로 100위권에 재진입했다.

지난 2016년 역시 112위권으로 또 다시 100위권 밖으로 밀렸지만, 지난해 3월 68위로 올라섰으며 11월에는 37위까지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10일 자택에서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4년째 삼성서울병원 브이아이피(VIP)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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