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앞둔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원회관 앞에서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4인 선거구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6·13 지방선거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을 두고 정치권이 요란하다. 정확히 말하면 소수정당이 소란스럽다.

기초의회 4인 선거구를 늘려 소수정당의 제도권 진출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잇따라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5일 국회는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6월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켰다. 원래 선거구 획정 시한은 선거 6개월 전이다. 6월 13일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지난해 12월 13일까지는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야 하는 것.

하지만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헌정특위)에서 처리가 늦어져 6월 지방선거에 나설 예비후보들은 선거구 획정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가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시한을 무려 3개월을 넘기고 나서야 획정안을 통과 시켰다. 뒤늦게 국회에서 의결된 이번 지방선거 획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시·도의원(광역의원)은 기존 663명에서 690명으로 27명 늘었다. 또 자치구 및 시·군의회의원(기초의원) 역시 기존 2898명에서 2927명으로 29명 늘어났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의원 정수 상한을 41명에서 43명으로 늘렸고 세종자치특별시 시의원 정수도 13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처럼 국회가 획정안을 늦게 처리하면서도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정수가 늘어나자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수정당의 제도권 진출 확대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각 지역별 선거구 획정에 나서자 이같은 기대(?)마저 곧장 물거품이 됐다. 기초의회 선거구는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 의견을 수렴해 시·도의회에서 획정한다.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는 비례성 강화를 위해 3~4인 선거구를 신설 또는 확대하는 획정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다수인 시·도의회에서 무산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의 정수는 늘었지만 4인 선거구 수는 오히려 줄어 소수정당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0일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27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시작 전에 바른미래당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기초의회 4인 선거구가 무산위기에 직면하자 의장석을 점거했다 제지돼 다른 당 의원들에게 끌려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오히려 시·도의회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고, 3인 선거구도 줄여 2인 선거구를 늘리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4인 선거구가 한 선거구에서 네 명의 당선자를 낸다면 2인 선거구는 두 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치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소수정당들이 제도권 원내 진출을 위해서는 4인 선거구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결국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방의회 기득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의원 정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선거구 쪼개기에 나서 4인, 3인 선거구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조래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 줄이는 대신 3인 선거구는 48개에서 51개로 늘리고 4인 선거구는 35개 신설하는 획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4인 선거구를 7개만 줄였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20일 열린 행정자치위에서 이마저도 2~3인 선거구로 쪼개 백지화시킨 뒤 본회의에 붙여 의결했다.

결국 4인 선거구는 사실상 완전히 폐기하는 수준까지 이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 쪼개기에 나서면서 소수정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공공뉴스DB>

민주당과 한국당의 ‘적과의 동침’은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경남, 경북 등지에서도 벌어져 전국적으로 4인 선거구 도입이 무산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작하게 진행된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의원 정수는 늘었지만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역시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