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대단한 뚝심으로 봐야할까요?”

‘박근혜-최순실 부역자’로 낙인찍히며 그동안 그룹 안팎의 수많은 의혹과 논란의 선두에 서있던 황창규 KT 회장의 행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대단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동안 손가락 부상 등을 이유로 두문불출(杜門不出)했던 황 회장에 대한 관심 탓인지 유독 시선이 쏠렸던 KT의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23일,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독재경영’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총에 앞서 전날 일부 언론은 황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을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해 회장직을 고수할 것이란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다.

이는 현실화가 돼가는 분위기다. 노조 측의 거센 퇴진 압박에도 그러나 황 회장은 보란듯 굳건함을 과시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열린 제3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내이사 중 1명 복수 대표이사로..세력 키우는 국정농단 부역자 ‘황창규’

KT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고성이 오가는 등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개편안 등 5개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 40 여분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제36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됐다.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3개 목적사업이 추가됐으며, 기업 지배구조가 개편됐다.

KT가 집중 육성하는 5대 플랫폼 중 하나인 스마트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안전관리 대행업과 종합건설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했으며,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디자인업을 목적사업에 포함시켰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회장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보다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는 회장 선임과정에서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회장 선임 과정을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회장이 사내이사 중 1인을 추천해 추가로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복수대표이사제를 명확히 했다. 또 회장 심사 기준으로 기업경영경험을 추가해 과거 경영실적, 경영기간 등을 확인토록 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도 명시했다. 변경된 정관을 살펴보면, 사외이사는 △정보통신,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또는 법률 등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실무경험이나 전문지식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사외이사로서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사외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윤리의식과 책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사외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는 여부 등을 고려해 선임하게 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2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사내이사에는 KT 경영기획부문장 구현모 사장이 역시 재선임됐으며,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는 장석권 이사가 재선임됐고 김대유, 이강철 이사가 새롭게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장석권, 임일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65억원으로 확정됐다.

황 회장은 “KT는 평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내년 3월 5G 서비스 상용화를 완벽하게 이뤄내겠다”며 “5G뿐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플랫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이번 정관변경의 핵심은 회장 및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지난 1년 동안 지배구조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진사례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청취, 주주간담회 의견수집 등을 통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부단히 모색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진일보한 것으로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의 찬성의견으로도 입증됐으며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인사에 최측근의 보좌까지?..‘독재경영’ 위한 철옹성 쌓나

한편,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들의 얼굴이 눈에 띈다. 구현모 사장의 재선임과 특히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과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및 통계청장을 지낸 김대유는 사실상 정보통신기술 분야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이사 선임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황 회장이 결국 ‘코드 인사’를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미 주총에 앞서 황 회장이 최측근 인사를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해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던 상황. 이는 오늘 주총을 통해 윤곽이 확실해진 분위기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일부 언론 등은 KT전현직임원 10명이 차기 회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론된 후보에는 구현모 사장이 포함돼 있었다. 구 사장은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 주총서 복수대표이사제가 명확히 공표된 가운데 만약 구 사장이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경우 사실상 황 회장은 더 강력해진 또다른 집권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는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황 회장이 참여정부 인사들을 포진시키고 자신의 최측근을 대표이사 자리에 올려놓으려는 등의 행보로 미뤄볼 때, 퇴진은 커녕 입지를 굳히기 위한 철옹성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