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정부가 요구해온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 해소하고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와 관련,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현대차그룹은 사업 지배회사 체제로 고개를 돌렸다. 이는 사회적 책임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정공법’ 택한 정몽구 회장

현대차그룹은 지난 28일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한 후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각각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순환출자 완전 해소를 추진키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4개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다. 주요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 및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거론됐었다.

현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 기업들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지주사 체제 전환이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나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가 흡수합병 과정을 거치면 정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를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선택한 것.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5.7%, 0.7%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이 아닌 지배회사 구조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 속 그룹의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각 그룹사의 사업 역량과 독립성·자율성을 제고하고, 동시에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접은 첫번째는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사업 경쟁력 유지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가 그룹 핵심 사업인 완성차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할 경우 양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유망 업체 인수에 뛰어들면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미래 혁신사업 확장 가능성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

또한 지주사 체제 전환은 향후 미래 먹거리 확보에 필수적인 대규모 M&A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도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의 경우 지주사 체제 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클수록 한 계열사가 모든 부담을 지기 어렵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현대차(21.0%), 기아차(5.2%), 현대모비스(8.7%) 등 3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아울러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지주사 전화시 대주주의 현물출자와 자사주 활용,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 수취 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따른 거액의 세금을 모두 납부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오너家 세금 부담만 1조원 이상..자금 마련 어떻게?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정 회장 부자는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주식 매입 자금과 1조원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25조4554억원으로, 글로비스와의 분할 합병으로 79% 가량 몸집이 줄어든다고 해도 20조1097억원이다. 오너일가가 기아차·글로비스·제철로부터 오너일가가 사들일 23.3%의 지분 가치는 4조6856억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도 내야 하는데,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6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자금으로 정 회장이 1조1000억원을, 정 부회장이 1조515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현대글로비스 외에 다수 비주력사 지분을 그룹 지배력 확보에 영향이 없는 한도에서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5% 외에 현대차 5.2%, 현대글로비스 6.71%, 현대제철 11.8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도 현대차 2.3%, 기아차 1.7%,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를 보유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공정위 “시장 요구 부응한 개선 노력에 긍정적” 

한편, 공정위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침과 관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분거래가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4개는 모두 깨지고, 김 위원장이 지적해 온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슈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공정위는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선 사례’를 발표하며 대기업들에게 자발적 변화의 확산을 주문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에도 5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자발적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끝나는 3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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